최신기사
[취재X파일]부동산 시장이 찻잔속 태풍이라고…왜?
부동산| 2013-07-05 09:51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분양 단지 한곳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 으레 따라오는 부동산 투자 논리가 있습니다. ‘동심원효과’와 ‘이삭줍기 효과’입니다.

동심원 효과는 한곳의 부동산 상품이 뜨면 동심원을 그리듯 주변지역으로 인기가 확산된다는 겁니다. 부동산 상품의 특장점이 주로 입지에서 나오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히트 상품이 나오면 주변 다른 부동산의 가치도 재평가되면서 뜨기 마련이라는 거죠.

이삭줍기 효과는 큰 인기를 끌었던 분양 상품에 대거 낙첨자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낙심한 이들이 다른 비슷한 유망 상품에 우르르 몰려 이후 분양이 진행되는 단지가 수혜를 입는다는 논리입니다.

최근 청약접수한 위례신도시의 ‘래미안 위례신도시’, ‘위례 힐스테이트’에 수만명의 인파가 청약대열에 합류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자 곳곳에서 터져 나온 기대감이 바로 동심원 효과와 이삭줍기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었죠.

‘위례 대박, 분양시장 훈풍 부나’, ‘위례신도시 훈풍에 가든파이브 등 인근지역 관심’ 등의 기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침체된 시장에서 이런 수혜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인 걸까요? 시장은 예상과 달리 돌아가고 있네요.

일단 주변 지역은 여전히 별 반응이 없다고 합니다. 인근 지역에서 앞서 분양한 위례 현대엠코 플로리체의 경우 미계약분이 30% 가량 있는데 계약률 변동이 없다네요. 이 회사 관계자는 “래미안 위례신도시 등의 경쟁률이 너무 높아 애초에 당첨 가능성이 없는 2순위자 등이 이곳에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는데 아직 계약 건수는 물론 문의전화도 이전과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집값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청약 돌풍 이후인 지난달 28~이달 4일까지 위례신도시 인근인 거여동, 문정동 집값은 변동이 없었습니다. 가락동은 오히려 0.31% 빠졌네요.

이삭줍기를 기대한 다른 유망 단지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례신도시 분양 ‘대박’ 이후 수도권에서 청약접수를 받은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 9개단지 중 순위내 청약접수를 마감한 곳은 단 한곳도 없습니다.

당장 5일까지 순위내 청약접수를 끝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가재울뉴타운4구역이 대표적인데요. 4개단지에 걸쳐 1341가구의 일반분양 모집에 537명이 청약하는데 그쳐 모든 주택형에 걸쳐 804가구나 미달돼 사실상 참패했습니다. 아 아파트는 대형 건설사 3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짓는 인기 브랜드의 랜드마크 단지여서 기대를 잔뜩 모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이렇게 주택시장에서 한 곳이 뜨면 주변지역이나 유망 지역으로 관심이 이동하지 않는 건 주택시장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일 겁니다. 실수요자들은 철저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특정 상품에만 몰리지 ‘불확실한’ 상품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겁니다. 시장이 침체될수록 ‘양극화’와 ‘쏠림현상’이 심화한다는 건 이런 맥락일 겁니다.

당분간 특정지역이 흥행한다고 자동적으로 주변지역이나 비슷한 유형의 상품이 뜰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대박’은 그저 ‘찻잔 속 태풍’일 뿐인가 봅니다.

jumpcut@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