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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다문화 사회, 한국이 바뀐다
뉴스종합| 2013-07-05 11:06
거주민 100명중 3명이 외국인…
음식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다양한 문화 공유…
편협한 민족주의 대신 글로벌 인재 포용으로 재도약해야




직장인 A(36) 씨는 요즘 주말마다 공중파 채널에서 방영하는 병영체험 오락 프로그램에 푹 빠졌다. 샘 해밍턴이라는 호주인이 부대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제법 재밌기 때문이다. 특히 샘은 A 씨의 직속상사인 미국 출신 B(41) 씨와 닮아 그가 하는 실수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한국의 폭탄주 문화에 매료된 B 씨가 지난번 회식 때 고주망태가 된 사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A 씨는 가끔 B 씨 때문에 힘들긴 해도 퇴근 후 즐기는 취미생활 덕에 견딜 수 있다. A 씨는 밤마다 홍대 인근 살사 댄스 동호회에서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푼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파란 눈의 외국인, 검은 피부의 외국인이 더는 생경하지 않다. 스파게티나 카레, 똠양꿍은 구절판, 신선로보다 자주 먹고, 살사 같은 춤은 승무(僧舞)보다 익숙하다.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화는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로 편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외국기업 주재원들을 시작으로, 1990년대 말부터는 산업연수생과 결혼이민자 등이 본격적으로 유입돼 외국인들이 각계각층으로 스며들었다. 1990년대 38만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거주민은 2007년 100만명을 돌파했고, 이제는 150만명을 넘어섰다. 광주광역시(146만9216명) 주민 수보다 많다. 거주민 100명 중 3명이 외국인인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터전을 잡고 문화적 토양을 형성하고 있다. 서래마을(프랑스인)이나 동부이촌동(일본인), 대림동(조선족) 등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이 생겼으며, 이곳에서 그들만의 주거, 음식, 패션 등 다양한 문화가 공유되고 있다. 특히 해외 어학연수 및 유학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이 이들의 생활방식에 열광하며 이들 지역의 음식은 물론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문화까지 모두 흡수하고 있다.

외국 이주민들은 자기들만의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한국 주류사회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36) 씨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활약 중이고, 독일인이었던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적 환상이 깨지고 있는 만큼, 다문화 정책으로 알려진 정부의 외국인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 우리의 외국인 정책은 이들의 불쌍한 처지를 동정하는 ‘온정주의’와 이들을 우리 문화에 흡수하려는 ‘동화주의’적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M. 마타니 토론토대 교수의 말처럼 음식, 춤, 의복, 노래 등 표면적인 문화적 다양성만 강조될 뿐 ‘우리와 다른 그들’이라는 고정관념은 오히려 강화돼 ‘불편한 동거’가 될 수밖에 없다.

다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를 영민하게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이에 대한 팁을 제시한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문제는 출산 장려보다 노동 인구의 이민을 자유롭게 해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어 이주민을 우리와 동등한 삶의 주체로 인정해 글로벌 인재를 포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문화적 차이에 대한 상호 존중 및 톨레랑스가 가능한 성숙한 사회라는 것을 국제 사회에 보여줄 뿐 아니라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고령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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