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네이버가 해야 할 일 & 언론이 해야 할 일
뉴스종합| 2013-07-12 16:57
[헤럴드경제= 서지혜 기자] “포털이 다 잘못한 건지 알았는데, 또 보니까 그게 아니네”

지난 11일 새누리당의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있었던 ‘공정과 상생의 인터넷산업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한 행사주최자가 기자와 명함을 주고받으며 건넨 말입니다. 이 날 간담회에서는 발제를 맡은 이상승 서울대 교수가 “네이버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 사업자를 배제했다면 시정해야 한다”면서도 “네이버로 인해 (만화, 부동산 등) 다른 서비스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이지 경쟁법의 대상은 아니다”고 말하며 네이버 규제에 대한 ‘신중론’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전문가, 정책결정자, 네이버 측의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게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어제, 오늘 이 간담회는 ‘네이버 독식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한 듯한 모습으로 스케치돼 몇몇 매체에 의해 본격적으로 기사화됐습니다. 마치 ‘네이버의 골목상권 침입‘이라는 거대한 기획에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많은 스타트업을 만났고 그들 사이에 네이버에 대한 불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최근 NHN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은 설립 6개월 만에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권력의 핵심이 될 ‘론처(초기화면)’도 포함됩니다. 당연히 비슷한 앱을 개발 중이거나 내놓은 소규모 벤처기업들은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과 인력 면에서 이미 시작부터 ‘진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분명 ‘벤처’는 아닙니다. 명실상부 대기업이지요. 

하지만 최근 사흘간 주요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일방적으로 네이버를 ‘까는’ 기획기사들을 보면 다소 당황스럽습니다. 1면 톱기사로 나온 기사임에도 ‘받아써야(추가로 취재해야 할)’할 내용은 없었습니다. 모두 그간 지겹게 나왔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죠. 갑자기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기획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긴박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감히’ 판단합니다.

때문에 몇몇 기사들 밑에는 ‘네이버가 광고를 안 했구나’ ‘네이버가 말을 안 들었구나’ 등 낯뜨겁기 짝이 없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대중이 깜짝놀랄 보도는 없고, ‘미디어오늘’에도 나왔듯 언론과 네이버의 밥그릇 싸움만 대중에게 노출한 셈입니다.

물론 ‘창조경제’를 위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좀 더 살기좋은 ‘골목’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에게 ‘일요일’ 휴무를 강요하기까지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나요.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11일 간담회에서 김상헌 NHN 대표가 패션 SNS를 예로 들었듯 앱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는 누구나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인데다, 인터넷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네이버가 절대적 강자도 아닙니다. 물론 ‘도돌론처’가 승승장구하고 있는만큼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학술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는 ‘대기업과 벤처생태계’의 관점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언론들이 네이버를 ‘까는’ 본질적인 이유인 ‘뉴스편집권’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네이버가 뉴스의 밸류를 판단하는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변희재 미디어 워치 대표는 “매체가 7000개면 7000개, 8000개면 8000개 네이버가 어떤 매체와 계약할 것인지 결정하지 말고 그냥 다 내버려둬야한다”고 말했는데, 전부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는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입니다. 노골적으로 내 밥그릇 얘기하는 게 품격에 맞지 않아 꺼려진다면 세미나를 열어서라도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겠지요. 지금처럼 우회적으로 ‘네이버 죽이기’를 한다면 대중의 반감만 커질 것입니다.

“네이버가 언론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왜죠?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빠졌어요”

최근 기자가 한 네이버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대체 언론 권력을 장악해서 네이버가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인지를 말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하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세 달도 전에 지나가는 말로 들었던 이 한마디가 어제, 오늘 신문을 읽으면서 문득 다시 떠올랐습니다. 언론권력이 뭐길래, 네이버는 갖고 싶어하고 언론은 놓치고 싶지 않은건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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