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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63년 사상 ‘첫 여성임원’ 서영경에 쏠린 시선
뉴스종합| 2013-07-16 11:11
“아이들이 축하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줬어요.” 한국은행 63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된 서영경 신임 부총재보를 16일 출근 직후 서울 남대문로3가 본관 8층 부총재보실에서 만났다.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밝은 표정의 서 부총재보는 “어제 하루 여기저기서 축하전화나 문자를 많이 주셔서 정신이 없었고, 일일이 답을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마침 김중수 총재로부터 부총재보로 임명된 15일은 그의 50번째 생일이었다. 서 부총재보는 “좋은 날, 좋은 소식을 듣게 돼 기쁨이 두 배였고 출장 가 있는 남편에게도 전화로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 부총재보는 한은에서 단기간 내에 여러 번 ‘최초’라는 기록을 남긴, 입지전적 인물이 됐다. 1988년 한은에 입행한 그는 2010년 한은 사상 첫 여성 팀장(국제연구팀)이 된 데 이어 지난해엔 첫 여성 부장(금융시장부)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후 다시 7개월 만에 여성 최초로 부총재보에 파격 임명된 것이다. 행내에서 여성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크지만 3년 만에 팀장급에서 부총재보까지 도약하는 저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서영경 신임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점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서 부총재보는 “지금은 한은 내 여성 비율이 30% 이상이지만, 제가 입행할 당시에는 여성이 저를 포함해 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임원으로 승진할) 대상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면서도 “ ‘여성 대통령 시대’라는 시기적인 면과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에서도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추세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만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는 부총재보 이상 13명 중 4명이 여성이다.

서 부총재보는 앞으로 조사국과 경제통계국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그는 “지금 당장은 주요 현안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을 하겠다는 원칙만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서 부총재보는 평소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소신을 겸비한 성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최선을 다한 다음엔 후회나 집착을 잘하지 않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서 부총재보는 창문여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은에 입행했으며,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중수 총재 취임 후 연달아 승진이 이어져 ‘김중수 키즈’로 꼽히기도 한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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