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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열풍 반갑지 않은 이유...장대익교수의 ‘인간에 대하여~’
라이프| 2013-07-19 07:54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의 바탕에는 과학은 점점 복잡해지고 골치아파지는 인간과 사회의 현상과 관계에 대해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여기에는 요즘 화두인 창의성은 결국 인문학적 사고에서 나온다는 믿음도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문계 출신을 소프트웨어 인재로 채용한 것이 한 예다.

과연 과학은 한갓 실험실에서 태어나 자라 인간이 쓸 만한 물건으로 바뀌어 생을 마감하는 게 다일까.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는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바다출판사)을 통해 과학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제대로 말해줄 수 있는 것은 과학이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준다.

책에서 대놓고 “나는 작금의 인문학 열풍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그는 이런 현상은 과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그가 참참이 사회적 문제를 과학의 틀과 사고를 통해 분석한 칼럼을 모은 것으로, 과학이 어떻게 사회현상을 바라보고 발언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과학도로서의 여정에서 발견한 인간의 모습을 다섯 가지로 본다. 탐구하는 인간, 따라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신앙하는 인간, 융합하는 인간이다. 

탐구하는 인간은 과학의 정체성과 바로 만난다. 과학이 바로 우리가 과학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과학은 제 구실을 못한다. 우선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건이 났을 때 사실 과학이 가장 제대로 말을 해줘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과학은 논쟁이 본질적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위험성을 매우 낮게 보는 전문가의 목소리만 들렸다. 그러나 사태는 급반전하며 이들의 안일한 분석을 비웃었다. 장 교수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될 때마다 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줄 것으로 기대하는데 이는 논쟁 없는 과학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모르는 태도라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과학자로서의 통찰이 빛나는 지점은 의외로 문화현상 분석이다. 강남스타일 열풍, 영화 ‘연가시’, 나꼼수 열풍 등을 진화론적 ‘밈(meme)’의 시각에서 들여다본 것은 신선하다.

그에 따르면 싸이의 춤이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된 이유는 막춤이어서가 아니다. 그건 누구나 아는 규칙을 가진 ‘말춤’이었기 때문이다. 즉, 춤이 보편적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스타일’이란 제목이 문화적 변이를 양산하는 진화 가능한 기작을 작동시켰다는 설명이다.

개그콘서트 ‘애정남’의 인기는 뇌의 보상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이는 왜 유머에 매료되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즉, 뇌는 복잡한 세상일을 내적 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해보고 예측하는데, 예측치와 어긋날 때 특별히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기계ㆍ전자ㆍ컴퓨터ㆍ재료공학자만이 참여하는 한국산 로봇의 문제점, 아버지가 배제된 한국의 무성생식 문화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귀기울일 만하다.

뜨거운 논쟁거리인 신앙의 문제에 대해서도 그의 발언은 이어진다. 종교를 인간의 발명품으로 보는 그는 특히 창조론에 과학의 외피를 입힌 창조과학과 지적설계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인류가 과학을 통해 밝혀온 진화론의 업적을 무시하며 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융합하는 인간에서 그는 이제 수많은 분과 학문의 통섭과 하이브리드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자 숙명이라고 말한다, 섞지 않으면 새롭고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렇게 과학을 강조하는 걸까.

그는 “ ‘과학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이 상상력을 키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학은 철학 또는 예술과는 또 다른 가상의 세계를 꿈꾸게 한다는 것이다. 또 과학에 대한 애정은 세상에 대한 다른 시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과학이 사상이나 문화로 소비된 적이 없는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학자의 새로운 목소리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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