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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짜리 수직퍼터 링크스코스 넘어
엔터테인먼트| 2013-07-22 11:04
정밀한 수직 퍼터로 안정감 더해
결정적인 순간 퍼트 승부수 통해



드디어 미켈슨이 디오픈을 정복했다. 92년 데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그의 기량을 감안하면 클라레 저그 두어개쯤 그의 집 서재에 전시되어 있지 않다는 게 더 놀랍다.

그만큼 미켈슨은 10년 이상 세계 정상급 위치를 지키고 있는 역량에 비해 디 오픈에서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우승권과 멀어보였지만, 마지막날 믿기지 않는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미켈슨의 디오픈 우승 비결로는 정교한 퍼트가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미켈슨은 올 시즌 로프트 2도짜리 오딧세이 버사 퍼터를 사용했다. 일반 선수들의 로프트는 3,4도. 미켈슨은 좀더 수직에 가까운 퍼터를 사용하면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미세하고 정밀한 손의 감각이 큰 영향을 미치는 퍼터는 선수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다. 미켈슨이 이전에 사용하던 오딧세이 PT82 퍼터 역시, 상당히 민감해 웬만한 아마추어들은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평을 들었다. 미켈슨은 그만큼 퍼트에 자신이 있는 선수다. 올시즌 라운드당 4.44개의 버디를 잡아내 이 부분 투어 1위를 달리고 있는 미켈슨은 중요한 순간 믿기지 않는 퍼트를 성공시킨 경우가 많았다. 그린사이드에서 볼을 붙이는 어프로치능력 또한 세계 최정상급인 미켈슨인 만큼, 버디기회를 남보다 가까이에서 맞을 수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최종라운드 피가 마르는 마지막 6개홀에서 4개의 버디를 잡아낸 것은, 미켈슨의 멘탈과 함께 흔들리지 않는 퍼트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또 다른 우승비결 중 하나는 캐디백에서 드라이버를 빼고 3번우드와 17도 하이브리드로 티샷에 나선 것이다.

미켈슨은 특히 마지막 18번홀에서 그림같은 투온에 이어 버디를 만들어내며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디 오픈은 US오픈과는 공략법 자체가 다르다. 일단 멀리, 똑바로 치는 선수가 유리한 US오픈과 달리 디오픈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날씨와 거친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깊은 러프, PGA 톱프로들도 당황하는 트러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이를 이겨내고 클라레 저그를 품으려면, 아이언, 웨지, 우드, 퍼트를 모두 고르게 잘해야함은 물론 돌발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멘탈도 필수적이다. 3년 연속 40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 우연은 아니다. 미켈슨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무리한 시도를 하다 무너지곤 했던 시행착오를 경험했지만, 마흔을 넘어서며 심리적으로 견고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켈슨이 5타라는 격차를 뒤집은 것은 앞선 선수들이 무너졌기 때문에 얻은 불로소득이 아니다.

20년간 미켈슨을 외면했던 디오픈. 지금처럼 업그레이드된 미켈슨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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