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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재형저축, 은행도 고객도 시큰둥 왜?
뉴스종합| 2013-07-22 11:19
금리 3%대로 하향…메리트 약화
예금 7년간 고정시 역손해 우려
포장된 것보다 혜택 크지않아
저금리속 은행들 끌려가기식 출시
금융권 ‘외면받을것’회의론 확산




은행들이 리뉴얼(개편)한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 상품이 이번주부터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3년 고정금리 후 4년부턴 변동금리를 적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7년간 계속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냉담한 분위기가 많고, 외면받을 것이란 회의론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단 재형저축의 최대 유인 요소였던 금리 프리미엄이 감쇄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4%대였던 금리를 3%대로 낮추는 게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론 1%포인트 수준의 하향조정이지만 이럴 경우 청약저축 등 다른 상품들과 차별적 요인이 사라져 매력도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2일 “옛날 80년대 재형저축은 금리를 15~20%까지 줬기 때문에 파격적인 혜택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4.5% 정도로 내려간 상황에서 다시 또 내린다면 금리에 대한 메리트(장점)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중간한 금리로 예금을 7년간 묶어놓을 경우 장기적으론 역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불안 심리도 고객들 사이에 퍼져있다. 수신금리가 앞으로 상승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형저축은 특성상 7년 이내 해지할 경우 가입 시 계약된 금리우대와 비과세(이자소득세ㆍ배당소득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두 번 속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앞서 지난 3월 나온 재형저축은 포장된 것보다 혜택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열기가 빠르게 식었던 전례가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재형저축은 지난 3월 출시 당시 첫달 만에 140만명에 육박하는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4월엔 30만명을 간신히 넘기더니 5월에는 8만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6월엔 2만명으로 대폭 줄면서 석 달 만에 열풍이 사그라졌다.

무엇보다도 상품을 내놓는 은행들이 시큰둥하다. 저금리 기조 속 수익성 제고에 목말라 있는 은행들로선 재형저축이 이에 큰 보탬을 줄 수 없다는 내부 판단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입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상품을 만들게 됐다는 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과거와 달리 시중에 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은행의 관심은 수신을 좀 늘리는 것보단 대출과 자금운용을 다변화하는 쪽”이라며 “당국이 은행들의 팔을 비틀어 재형저축의 열기를 이어가려고 하는 건 아닌지 회의가 드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새 재형저축 취급은행 수는 지난 3월(16개 은행)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재형저축은 올 3월 18년 만에 부활했다. 그때만 해도 서민 목돈마련을 돕는 ‘효자상품’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이에 가입자수가 900만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지만 단기간 내 인기가 급랭하면서 6월 현재 180만명 수준에 정체돼 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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