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크레디트컬처 확립” 국민은행 구원투수로 나선 이건호
뉴스종합| 2013-07-23 11:12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사흘째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행장은 지난 22일 취임식 참석차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로 향했지만 노조의 강력한 저지로 결국 취임식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노조가 이 행장의 출근길을 막은 것은 이 행장을 ‘관치금융의 상징’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행장의 선임 배경을 두고 특정 정부 고위 인사가 거론한 탓에 노조는 행장 선임 이전부터 이 행장의 국민은행장 선임을 강력히 반대했다. 이 행장에 대한 노조의 요구도 그의 자진 사퇴다.

이 행장 입장에선 성장 정체,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 등 트리플 악재를 겪고 있는 국민은행을 다시 ‘리딩뱅크’로 올려놔야 하기에 마음이 급하다. 노조의 반발보다도 조직의 효율화를 통해 건전성 및 수익성을 우선 회복해야 한다는 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그는 사내 방송을 통해 “국민은행이 견고한 생존과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산 건전성 강화를 통한 탄탄한 크레디트컬처(credit culture)가 확립돼야 한다”고 취임 일성을 했다.

그가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은행에 구원투수 격으로 투입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행장 역시 자신이 은행 내에서 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 이전에 노조의 반발이라는 당면과제 역시 무시할 순 없다. 이 행장은 “언제든 노조와 만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노조와의 상견례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로 취임 이후 보름 동안 출근을 하지 못했다. 이 행장도 노조에 대한 적극적인 손짓이 없다면 보름이 아니라 한 달 이상 회사로 출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의 바람대로 KB국민은행이 ‘리딩뱅크’로서 위상을 굳건히 하기 위해선 조직의 안정이 필수다. 조직원도 설득할 수 없는 행장이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성공스토리를 만드는, 이른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이 행장의 취임사처럼 KB국민은행은 ‘위대한 은행으로 비상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에서 뒤처진 은행으로 추락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의 비전대로 ‘위대한 KB, 국민은행’을 만들려면 우선 자신에게 붙은 관치금융의 꼬리표를 떼고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이것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이 행장의 당면과제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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