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후분양 선택시 오히려 금융 리스크 커질 수 있다”=건설업계는 후분양 유도 방안을 따를 경우 대주보가 짊어질 보증액이 눈덩이 처럼 늘어나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으로 분양이 지연되는 물량이 3000가구만 돼도 시공비는 1조원이 넘는다”며 “이 경우 대주보의 지급보증액은 6000억원에 달할텐데, 이같은 사례 몇 개만 합치면 몇조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선분양이 갖는 장점은 시공비를 미리 받고 건축할 수 있어 비용부담을 덜수 있다”이라며 “굳이 대출을 받아 후분양을 할 바엔 차라리 수요가 몰릴 좋은 입지를 찾아 선분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 건설사의 경우 저리 대출(8%에서 4~5%대로)이 가능해진 이번 후속 대책을 환영하지만 후분양 유도의 시장효과엔 의문을 제기했다. 중견업체인 C건설사 한 임원은 “후분양을 해도 결국은 아파트를 파는 게 중요하다”며 “집값 반등의 확신이 서도록 세제완화책 등이 수반돼야 후분양 유도의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 “분양물량 축소 방향은 맞지만 후분양은 글쎄?”=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 공급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옳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주보의 지급보증 능력이나 후분양 유도에 따른 금융권의 자금조달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후분양제는 건설사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소할 금융환경의 미비로 좌절됐지만 대주보가 이같은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형섭FR인베스트먼트 대표도 “건설사는 선분양을 통해 토지대금, 은행 대출금 등을 갚는데, (후분양 유도로 인한) 대출보증 한도 자체가 이같은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만 KDI팀장은 “금융 상품 및 시장을 통해 후분양의 길을 연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민간 금융기관이 이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하도록 시장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후분양 유도책이 노무현 정부 시절의 후분양제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정부는 이번 방안이 예전의 후분양제와는 같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며 “오히려 공급제도 자체가 유연해졌고 ‘밀어내기’식 분양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분양제보다는 ‘자율분양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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