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내리고 덩치도 줄이고…아파트보다 쾌적한 거주환경에 타운하우스 ‘화려한 귀환’
최근들어 땅콩주택 등 실속형 인기
전원생활 꿈꾸는 30·40대 수요몰려
파주 야당동 ‘도시농부’ 분양 대박
투자가치에 재테크 수단으로도 주목
# 주부 김모(39) 씨는 파주시 야당동의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다. 오랜 아파트 생활에 싫증을 느끼던 그는 지난해 전셋값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2억원대 전원주택이 있다는 걸 알고 단번에 이사를 결정했다. 김 씨는“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재미에 빠져 있다”면서“ 전원생활을 꿈꾸던 남편은 물론, 아이들도 널찍한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 새 집을 맘에 들어 한다”고 말했다.
# 파주시 교하읍 운정지구의 타운하우스 분양홍보관을 찾은 일산 정발산동 주민 이모(50대) 씨. 은퇴 후 노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는“ 거래위축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가 팔리지 않고 있어 세를 놓고 마당이 딸린 집으로 옮겨 볼까 해서 마땅한 곳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부동산 불황 속에 단지형 전원주택인 타운하우스가 부활하고 있다. 가격을 내리고 덩치를 줄여 문턱을 낮춘 덕분이다. 아파트값 상승 기대가 식어가는 가운데 심해지는 전세난도 타운하우스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서울ㆍ수도권의 전셋값 정도에 구할 수 있는 실속형 타운하우스가 잇따라 분양되면서 30ㆍ40대 젊은층을 파고드는 추세다. 타운하우스가 부자들의 전유물이란 편견을 버릴 때가 온 것이다. 아파트에 비해 거주환경이 쾌적하고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가치도 높아져 ‘꿩 먹고 알 먹기’란 분석도 나온다.
▶싸지고 작아지고…타운하우스의 화려한 귀환=지난 2000년대 중ㆍ후반 틈새 상품으로 부상한 타운하우스는 저택 같은 고급형이 대세였다. 특히 2003년 파주 교하에 들어선 ‘헤르만하우스’가 인기를 끌자 파주와 판교, 용인 등 수도권 일대에 공급 붐이 일었다. 이때 분양된 타운하우스는 대부분 분양면적이 200∼300㎡에 달하고 분양가도 20억∼30억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고급 주택 분양시장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타운하우스도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미분양이 장기화하면서 고급 타운하우스도 앞다퉈 파격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다. 급기야 반값 타운하우스까지 등장했다.
덩치도 작아지고 있다. 특히 요즘엔 소형 타운하우스(땅콩주택)의 약진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경기 파주 야당동의 ‘도시농부’는 ‘실속형 전원주택’으로 호응을 얻었다. 1단지 1층의 경우 전용면적 56㎡에 마당 26㎡를 더해 1억8000만원, 2층은 다락방을 포함한 73㎡에 테라스 14㎡를 합해 2억3000만원으로 분양에 성공했다. 이어 2, 3단지도 빠르게 팔려나갔고 최근 4단지를 분양 중이다. 분양 관계자는 “가격 부담을 낮추자 전원생활을 꿈꾸던 30ㆍ40대 중산층의 수요가 몰렸다”고 전했다. 요진건설이 일산 풍동지구에 지은 ‘풍산역 와이하우스’(258가구)는 전용면적 39∼59㎡대로 구성됐다. 경기도시공사가 경기도 가평군 달전리에 8월 분양하는 북한강 동연재도 60~85㎡의 중소형으로 이뤄진다. 분양가는 2억∼3억원 선이다.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목좋은 타운하우스의 투자 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큰 폭의 할인으로 100㎡대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가격에 200㎡대 타운하우스 입주가 가능해졌다”면서 “전원생활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 교통망 개선 등의 개발 호재가 있다면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파주 교하읍에 있는 ‘리조이스빌’의 경우 지난 5월 말까지 분양가 할인과 이자 지원 등을 제시하자 3주 만에 B동 전체가 완판됐다. 이 타운하우스는 최근 제2자유로가 뚫려 서울 접근이 수월해졌고 오는 2015년 인근에 경의선 ‘야당역’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자산가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에서부터 땅콩주택, 파주 도시농부, 청평 라폴리움 |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은=다만 타운하우스는 물량이 많지 않아 거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입지 여건을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능한 한 기반시설이 갖춰지고 도심 접근성이 높은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 내 타운하우스를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관뿐 아니라 자재나 가구, 시설재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안 연구원은 “소형화로 타운하우스의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원가 줄이기에 혈안이 됐다”면서 “매입 전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고 하자 보수 기간을 확실히 정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리비 등 유지비도 따져 봐야 한다. 단지 규모가 작을 경우 관리비 부담이 커지고 보안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대단지를 택하는 게 유리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행사나 시공사의 자금력도 확인해 봐야 한다. 장기 미분양으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일괄 매각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준공돼 즉시 소유권을 취득하고 입주할 수 있는 곳을 택하는 게 안전하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이라면 자금관리사인 신탁회사 계좌로 분양대금을 납입해야 한다. 잔금 지급을 유예하는 대신 공급자가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