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MB정부 분식예산 탓하더니…現 정부도 답습?
뉴스종합| 2013-08-12 11:24
4% 장밋빛 성장률 기준 예산안 편성
세입부족 새정부에 부담전가 비난 전례

새 정부도 내년 4%성장률로 예산편성
예산처, 올 수십조 추경편성 반복 우려



“지난해 말 이명박정부에서 새해 예산안을 짤 때 건전 재정을 (무리하게) 맞추려고 성장률 하락과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감안하지 않았다.”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브리핑을 자청해 내놓은 설명이다. 얼굴에 분칠을 해서 장밋빛 경제 전망을 내놓고 후임 정부에는 큰 부담을 덤터기 씌웠다는 논리였다.

애초 MB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3.3%로 잡았다가 뒤늦게 3%로 공식 발표하면서 0.3%포인트 감소에 따른 세입 부족분을 예산 편성 당시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얘기다. 지난해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지침으로 삼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은 4%다.

그런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부풀려 ‘분식 예산안’을 짰다고 MB정부를 비판하던 박근혜정부가 MB정부를 답습하는 예산안을 내놓았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이 나왔다. 경제성장률 4%를 전제로 한 각 정부 부처의 내년 예산 요구액은 364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6.6%, 23조원가량 늘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14년 재정 운용 방향 및 주요 현안’ 보고서에서 “예산 편성의 전제로 전망된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낙관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의 각별한 시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예산 편성 때 경제성장률을 5%로 전제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3.7%에 그쳤다. 2012년에는 4.5%를 예상했지만, 실제는 2%에 불과했다. 올 1분기 성장률은 겨우 1.5%에 머물고, 가장 낙관적인 견해가 연 3%다.

예산처는 특히 올 들어 심각해진 세입 부진이 만성화되면서 내년에도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상반기 세수 부족분은 약 4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정부가 징수한 국세 수입은 모두 9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07조3000억원보다 10조1000억원 줄었다. 경기 침체, 특히 기업 체감경기 악화로 법인세 수입과 관세 수입이 줄고, 주식 시장 침체로 증권거래세 등도 감소한 까닭이다.

보고서는 “법인세 및 소득세율 인하, 자산 시장 침체, 관세율 하락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점이 크고, 애초 예상했던 경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수 부진 현상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예산처는 세수 부족으로 연초부터 수십조원 규모의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을 편성했던 올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길용ㆍ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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