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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고민 “월세대출 상품, 신용대출이냐 보증부대출이냐”
뉴스종합| 2013-08-26 09:35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금융당국의 지도로 내달부터 월세자금 대출 상품이 대거 출시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상품 출시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상품 내용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익을 따지자니 고객 폭이 줄고, 대상 고객을 늘이자니 연체율 증가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농협,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내달 출시를 목표로 월세자금 대출상품을 기획 중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이미 지난 4월 월세자금 대출상품을 출시, 판매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9월에는 대부분 은행에서 월세자금 대출상품을 취급하게 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월세 대출상품 출시 계획을 확정했지만, 상품 내용까지는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품의 특성상 서민층 지원을 목표로 상품을 구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은행의 건전성 확보와 서민층 지원을 모두 할 수 있는 상품 구성이 쉽지 않은 탓이다.

현재 은행들이 검토 중인 월세대출 상품 방식은 우리은행(신용대출) 방식과 신한은행(보증부 대출)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임차보증금 80% 범위에서 5000만원 한도로 월세를 대출하고 있다. 신용대출 방식이라 별도의 보증서 가입이 필요 없어 대출이 쉽고 보증료 부담이 없다. 하지만 신용대출 형태다 보니 신용도가 높아야 한다. 실제로 이 상품을 대출받으려면 신용등급이 반전세는 7등급, 월세는 5등급은 돼야 한다. 렌트푸어(주택 임대비용으로 고통받는 사람) 같은 취약계층이 대출을 받기는 사실상 무리가 있다. 즉 우리은행 방식을 선택하게 되면 은행의 건전성에는 별 무리가 없지만, 실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은 없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신한은행이 판매 중인 보증부 대출 방식은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보증을 받아 신용 보강을 하면 최고 5000만원 한도로 월세 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출 대상이 9등급으로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이 방식도 은행들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월세대출의 특성상 담보가 없거나 적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 대상이 되다 보니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올 상반기 실적이 반 토막 난 상태에서 연체율 상승이 예상되는 상품을 기획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고객들 입장에서도 임차인은 보증보험료를 내야하고, 임대인은 통장을 통해서만 월세를 지급받을 수 있어 세금 관련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부담스럽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상품은 수익이나 건전성을 고려하자니 대상 고객이 없고, 고객층을 넓히자니 수익이 안 나는 상품”이라며 “상품 출시가 코 앞이지만 상품 내용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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