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외압인가, 내부갈등인가.... 양건 감사원장의 석연찮은 중도하차
뉴스종합| 2013-08-26 10:42
[헤럴드경제 =원호연기자]“헌법학자로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채우겠다”던 양건 감사원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헌법이 보장한 4년의 임기 중 1년 7개월이나 남긴 채다.

양 원장의 사퇴배경에는 4대강 감사 외압 논란, 감사방향과 관련한 내부 갈등과 인사 잡음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양 감사원장의 중도사퇴는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이라는 흠집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에서 임명된 양 원장은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거취 논란에 휩싸였다. 양 감사원장은 헌법에 보장된 임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청와대는 ”새 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면서 교체를 원했다. 논란 끝에 양 원장은 유임을 약속받았다. 지난 4월 유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선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유임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 원장은 유임의 대가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의심받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양 원장은 올해 감사 방향을 밝히면서 “박근혜정부 시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새 정부 초기 공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재정의 효율적 운용과 공직직무 감찰에 힘을 쏟겠다”고 말해 코드 감사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후 감사원은 새정부의 입맛에 맞는 감사 결과를 속속 내놓았다. “일진 경보제, 경인운하 등 전 정부에서 추진된 주요 시책들이 효과성이 없거나 방만하게 추진됐다”고 지적했고, “ 공기업들이 방만 운영의 짐을 떠안으면서 재정 위기의 주범이 됐다”고 선언했다.

정치감사 논란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문제 없다”던 2011년의 1차 감사 결과를 뒤집으면서 분수령을 이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후 대운하로 확대, 추진하기 위해 4대강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낭비됐고 녹조 발생 등 수질 악화도 초래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이런 행태는 여당 내 갈등을 조장했다. 친이계는 맞춤형 감사라면서 양 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마저 ‘감사원의 셀프감사’를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공정한 감사’에서 시작되는 감사원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양 원장은 표면적으로는 감사위원 자리에 장훈 중앙대 교수를 앉히느냐 문제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서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양 원장이 청와대의 의중을 충실히 따르다가 내부 갈등을 일으켰는지, 아니면 거꾸로 ‘소신감사’를 하다가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 사퇴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의 중도 하차만으로도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은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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