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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4대강에 발목잡혀…양건 사퇴 ‘진실게임’ 으로 번지나
뉴스종합| 2013-08-26 11:07
朴정부 출범때부터 불편한 관계
4대강 감사범위 놓고 갈등 심화
靑도 침묵속 개입설 관련 불쾌감



‘코드감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4대강 논란’이 결국 양건 감사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양 원장의 전격 사퇴 뒤에는 4대강 감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의 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의 전격 사퇴를 놓고 ‘제2의 인사 파동’ ‘제2의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 원장이 전격 사퇴를 결심한 데에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 ▷감사원 내부의 갈등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임명 반발 등의 원인이 작용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장 교수 감사위원 임명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양 원장이 사퇴를 결심하기는 했지만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청와대와 양 원장의 ‘불편한 관계’에 불을 지핀 계기는 지난달 10일 4대강 공사가 사실은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였다는 것이 감사원 주변과 정치권의 시각이다. 양 원장은 4대강 공사의 입찰 담합을 조사해 달라는 국회의 청구 취지에 맞춰 감사 범위를 국한하려 했지만, 청와대가 감사원 간부를 통해 4대강의 본질적인 문제까지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 내부에서조차 양 원장이 소위 ‘왕따’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4대강 사업의 3차 감사에 대한 중간보고 당시 한 간부회의에서 양 원장이 “도대체 누구 지시에 따라 감사 지휘를 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이는 일도 일어났다고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4대강 수문을 열면 지하수가 모두 말라붙어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을 정도로 4대강 사업은 대재앙 수준이라는 것도 사실은 감사원이 이미 지난 3차 감사 때 파악한 내용”이라며 “3차 감사 당시 감사 범위를 놓고 청와대와 양 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애기가 돌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권 출범과 함께 양 원장의 자진 사퇴를 종용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불편한 관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의중이 ‘청와대 A 수석→감사원 간부’로 이어지는 핫채널이 생기고 양 원장이 이 과정에서 배제되는 일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4대강 감사 현장조사가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됐는데 그때는 정부조직법도 통과가 되지 않은 시기였고, 청와대에서도 개입할 사람 자체가 없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도 양 원장의 전격 사퇴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4대강 감사 개입설’과 ‘인사 개입설’에 대해 내심 불쾌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양 원장의 전격 사퇴가 ‘관치인사’ 논란에 이어 ‘제2의 인사 파동’으로 이어지고,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을 둘러싸고 윤 씨와 청와대 간 벌어졌던 ‘진실게임’ 양상이 재연될 것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은 “헌법에 보장된 감사원의 독립성이 박근혜정부 출범과 더불어 훼손됐다”면서 정치쟁점화하고 있어 양 원장의 전격 사퇴는 또 다른 인사 파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석희ㆍ원호연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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