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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압력ㆍMB정권 감사 반기’... 양건사퇴 ‘진실게임’번지나
뉴스종합| 2013-08-26 14:16
‘코드감사’ 논란의 중심에 있던 양건 감사원장이 석연찮게 전격 사퇴, 사퇴 배경을 둘러싸고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 원장은 “개인적 결단”이라고 밝혔지만,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와 감사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양 원장은 26일 이임사를 통해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고 밝혔다. 임기를 마치지 못한데 대해 강한 아쉬움을 표시한 것이다. 그는 그러나 “재임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도 토로했다. 독립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동시에 자신의 사퇴를 부른 정치적 상황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양 원장이 전격 사퇴를 결심한 데에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 ▷감사원 내부의 갈등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임명 반발 등의 원인이 작용했다고 한다. 특히 이명박정부 인사를 모두 교체하고 싶어하는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양 원장이 정권 출범과 함께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서, ‘청와대 A 수석→감사원 간부’로 이어지는 핫채널이 생기고 양 원장이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난 달 10일 4대강사업이 사실은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는 감사결과는 놓고, 청와대와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했다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양 원장은 4대강 공사의 입찰 담합을 조사해 달라는 국회의 청구 취지에 맞춰 감사 범위를 국한하려 했지만, 청와대가 감사원 간부를 통해 4대강의 본질적인 문제까지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 내부에서조차 양 원장이 소위 ‘왕따’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4대강 사업의 3차 감사에 대한 중간보고 당시 한 간부회의에서 양 원장이 “도대체 누구 지시에 따라 감사 지휘를 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이는 일도 일어났다고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4대강 수문을 열면 지하수가 모두 말라붙어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을 정도로 4대강 사업은 대재앙 수준이라는 것도 사실은 감사원이 이미 지난 3차 감사 때 파악한 내용”이라며 “3차 감사 당시 감사 범위를 놓고 청와대와 양 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애기가 돌았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4대강 감사 현장조사가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됐는데 그때는 청와대에서도 개입할 사람 자체가 없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도 양 원장의 전격 사퇴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4대강 감사 개입설’과 ‘인사 개입설’에 대해 내심 불쾌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양 원장의 전격 사퇴가 ‘관치인사’ 논란에 이어 ‘제2의 인사 파동’으로 이어지고,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을 둘러싸고 윤 씨와 청와대 간 벌어졌던 ‘진실게임’ 양상이 재연될 것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은 “헌법에 보장된 감사원의 독립성이 박근혜정부 출범과 더불어 훼손됐다”면서 정치쟁점화하고 있어 양 원장의 전격 사퇴는 또 다른 인사 파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석희ㆍ원호연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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