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조선 빅3 ‘심해저(서브시 · Subsea)’ 로 간다
뉴스종합| 2013-09-02 11:30
삼성重 M&A 주전략…亞 · 유럽기업과 논의중
대우조선 해저파이프 등 생산장비 개발 주력
현대重 국책과제 지속 추진 ‘기술국산화’ 방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깊은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바닷속에서 원유나 가스를 생산, 저장하는 데 필요한 해양플랜트, 이른바 ‘서브시(Subseaㆍ심해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서브시 분야는 해양플랜트 분야의 블루오션으로, 조선업계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는 해상 플랜트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서브시 분야는 유럽, 미국 등에 비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목표는 같지만 빅3의 서브시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重 ‘M&A’ 전략…아시아, 유럽 기업 등 물망 올라=빅3 중에서도 서브시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해외 전문기업과의 인수ㆍ합병(M&A)을 주전략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숏리스트(인수후보기업)’를 선정하고 해당 업체들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일부 서브시 업체가 물망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서브시 업체 ‘에즈라’와 M&A를 추진 중이라는 구체적인 소문이 돌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대해 “M&A와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에즈라 측도 “서브시 사업과 관련해 세계 오일메이저 등 다양한 업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중 삼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다. 


▶대우조선, ‘M&A→자체 기술 개발’ 전략 수정=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M&A 전략을 추진하던 대우조선해양은 M&A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사실상 M&A를 통한 서브시 시장 진출 전략이 백지화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M&A를 염두에 두고 해외 기업들을 살펴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내부적으로 ‘우리와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다. 현재는 M&A와 관련한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은 대신 서브시 분야 자체 기술 개발에 더욱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앙연구소 산하 특수성능연구소 소속 특수성능연구 3그룹이 서브시 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20~30명 규모의 연구진은 해저 원유수송용 생산라이저, 해저 바닥의 파이프 등 생산용 서브시 장비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重, 국책사업 주도…서브시 기술 국산화=‘빅3’ 중 가장 먼저 서브시 분야에 뛰어든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해저파이프라인 공사를 수주한 경력이 있는 유일한 업체다. 중국에 5000㎞ 길이의 해저파이프라인을 설치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미얀마 쉐(SHWE) 가스전 공사를 수행하며 약 130㎞ 길이의 해저파이프라인을 설치했다.

현재는 2011년 카타르 라스가스사로부터 수주한 바르잔(Barzan) 가스전 해양공사에서 가스 생산을 위한 해양플랫폼 3기와 가스 이송을 위한 해저파이프라인 300㎞를 설치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해저파이프라인 선단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서브시 기술 국산화에 앞장서며 우리 기술과 기자재를 바탕으로 서브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로부터 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 사업자로 선정돼 심해자원 생산용 해양플랜트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해저 3000m 급 친환경 심해 해양 플랜트의 해저ㆍ해상 통합 엔지니어링, 핵심 기자재, 설치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이 목표다. 또 지난해부터 산업부 국책과제인 ‘해저 생산플랜트 설계 안정성 평가 및 심해 설치기술’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2014년 완료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과는 달리 해양분야는 기자재 국산화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며 서브시도 마찬가지”라며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지만 해외 기술과 기자재를 수입해 작업한다면 수익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우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