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시리아 공습 의회 공넘긴 오바마의 속내는?
뉴스종합| 2013-09-02 09:5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의 공을 의회에 넘긴 것과 관련해 그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밤 혼자서 45분 간 산책을 마친 후 장고 끝에 시리아 군사개입을 의회에 일임하겠다는 깜짝 카드를 내놨다.

이를 두고 워싱턴 정가에서는 시리아 공습 ‘의회 떠넘기기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오바마 특유의 출구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의 도박?=미국 현지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이 정치적 손실이 불가피한 ‘인기없는 결정’의 책임을 의회에 전가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굿윈은 “오바마는 지금 무인도에서 혼잣말을 하면서 절망적으로 ‘비상구’(escape hatch)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좌우 양쪽은 물론 국내외로부터 고립된데다 위선적이고 말바꾸기만 한다고 비난받는 오바마에게 연합군은커녕 단 한 명의 친구가 없다”며 “그래서 인기 없는 결정의 책임을 의회로 넘겨버린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워싱턴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31일 “일부 비판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가 나서서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막아주길 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교묘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폴리티코에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개입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분명하다”며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모든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데이비드 프럼은 CNN방송에 출연해 “군사개입 결정에 대한 책임을 극도로 마비되고 기능이 정지된 의회의 손에 맡겼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이번 결정으로 군사력 사용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회전문지인 더 힐은 31일 ‘오바마의 도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앞으로 의회가 대통령의 특정한 군사력 사용에 대해 사사건건 제약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의회는 법률로서 군사력 사용과 관련 시간표를 제약해 대통령의 족쇄를 채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헌법은 의회가 선전포고권을, 대통령은 군을 지휘해 전쟁을 치르는 책임이있다는 모호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1973년 제정한 ‘전쟁권한법’을 통해 90일 이내에는 사실상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사전 승인’ 카드는 다목적용으로 풀이됐다. 강력한 우방국인 영국이 시리아 공습에서 발을 뺀 상황에서 독자행동에 대한 부담과 시리아 군사개입을 반대하는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오바마식 해법’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가을 공화당과의 예산전쟁을 앞두고 시리아 이슈를 의회에 떠넘김으로써 공화당 내 시리아 입장차를 조장해 ‘적전 분열’을 노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금융시장 ‘시리아 불확실성’ 증폭=시리아 무력 개입과 관련한 미국 의회의 결정이 9일 이후로 미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시리아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여름 휴회를 끝낸 미국 의회가 9일 다시 문을 열어 무력 개입에 대한 찬반 토론 및 투표를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군사작전이 개시된다 해도 9월 중순 이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시리아 사태 장기화로 유가가 상승해 이제 막 싹트고 있는 유로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신흥국은 원유 수입 부담이 커지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악화돼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지난달 28일 시리아 공습 임박설이 흘러나오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아베노믹스(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JP모간 체이스의 타나세 준야 수석 FX전략가는 “미국이 시리아 공습을 단행하면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져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엔화로 쏠리게 된다”며 “엔고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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