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진보의 무능이 ‘狂人의 칼춤’ 불렀다
뉴스종합| 2013-09-02 11:37
장난감총·사제폭탄·밥솥폭탄…
국가전복 발상은 병정놀이 수준

“범진보세력 모호한 태도때문에
광신도 같은 집단 국회까지 진출
건전한 진보가 밀어냈어야…”
정치권 무분별한 야권연대 비판




17세기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만들어냈다. 20세기 이문열은 소설 ‘황제를 위하여’를 지었다. 문학작품에서 광인(狂人)은 예술의 일부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의원 이석기는 현실이다. 국가를 움직이는 임무를 맡은 현실 정치권에 ‘돈키호테’와 ‘황제’가 실재한다면, 더 이상 예술이 아니다. 재앙이다.

속속들이 드러나는 이석기 의원의 발언에 국민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장난감총’, ‘사제폭탄’, ‘압력밥솥 폭탄’ 등 얼핏 어린아이의 동네 병정놀이를 보는 듯하다. 한줌도 안 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전복하겠다는 발상은 황당하다. 핵(核) 무장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을 추종해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려 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헌법기관인 국회를 구성하는 개인은 헌정질서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며 “국회의원이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조직을 만들고 하는 게 사실이라면 국가안보를 위해 조사와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황당무계한 발언이 속속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시대착오적 발상에 광신도 집단을 보는 것 같다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다. 범진보세력의 무능이 종북주의자 이 의원의 국회진출을 도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물론 어느 사회이건 반체제인사는 존재할 수 있고, 이른바 ‘극단주의’로 불리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들이 버젓이 정치권에서 활보하게 된 현실이다. 역시 이들은 제도권에 들어오면서부터 끊임없는 색깔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운동권 출신 한 정치인은 “건전한 진보세력들이 벌써 밀어냈어야 할 세력인데, 오히려 이들 세력에 이용당했다”면서 진보진영의 자정능력 부족을 꼬집었다. 소수의 시대착오적인 집단이 제도권 정당을 거점삼아,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진보세력까지 장악했다는 진단이다.

반독재, 반민주 등 민족해방계열(NL)의 3대 구호는 1980~1990년대를 지나며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공산권이 몰락하면서 국민적 동의를 잃어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 의원 등이 속한 NL은 노동문제 해결과 빈부격차와 해소를 앞세운 민중민주계열(PD)과 손을 잡았고, 이 덕분에 제도권 정치에 진출할 수 있었다. ‘동년배’들이 정권 핵심이었던 참여정부, 이명박정부 초 쇠고기파동은 반미(反美)를 앞세운 NL들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이 의원 등은 자신들의 실체를 숨긴 채 PD, 민주당과의 ‘통일전선전술’로 정치권에 둥지를 마련한 셈이다. 야권의 한 인사도 “범진보세력의 모호한 태도 때문에 광신도 같은 집단이 지난 총선에서 국회까지 진출했다”고 부분별한 야권연대를 지적했다.

이석기사태를 계기로 낡은 진보세력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질질 끌려다니는 진보진영의 대대적인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의당의 한 의원은 “국제정세와 국민의식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갖고, 비밀리에 회합해서 시대착오적 노선을 스스로 정당화하는 폐쇄적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도 “그들의 이야기는 옛 이야기가 됐고 지지층 외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정치권이 ‘색깔전쟁’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극소수의 광신도 집단으로 인해 사회전반에 이념논쟁이 붙는다면, 이 역시 종북세력이 노리는 결과라는 것이다.

홍길용ㆍ원호연 기자/kyh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