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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FTA, 세계는 왜?
뉴스종합| 2013-09-17 06:40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전 세계 국가들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G20(주요 20개국), 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이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였던 지구촌 국가.

이런 가운데 다른 한쪽에선 무역장벽을 낮추거나 없애는 FTA 체결을 서두르는 것은 왜일까.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도 전 세계는 왜 FTA에 열광하는 것일까.

안정적인 시장 확보를 위해, 관세ㆍ비관세 장벽의 파고를 넘기 위해 적극적인 FTA 활용이 답이란 것을 전 세계 국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FTA 체결은 경제통합을 넘어 정치ㆍ안보 동맹을 더욱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 거대 경제권에서 불붙은 FTA

FTA가 보호무역주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FTA를 통해 낮아진 관세장벽을, FTA에 보장된 장치를 각각 활용하면 보호무역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양자 간 FTA냐, 다자 간 FTA냐, 둘 중 어느 게 대세라고 논쟁하는 시점은 지났다. 보호무역과 자유무역도 한배를 탄 운명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한 FTA 시대를 열고 있다.

우리는 FTA 우등생이다. 최근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한 중국과 FTA를 최종 체결하면 한국은 유럽연합(EU)ㆍ미국ㆍ중국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가 된다.

하지만 이런 선점효과는 수년 내 끝날지 모른다. 미국과 EU, 일본이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과 EU는 올 2월 공동성명을 통해 FTA 협상을 공식화했다. 미국과 EU의 통합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GDP의 45% 정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교역량은 30%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양측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글로벌 통상질서는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일본의 추격도 거세다. 과거 농업 개방에 대한 부담 등으로 FTA에 소극적이었지만,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협상 참가를 선언했고, EU와 FTA 협상을 개시했다. 일본은 거대 선진 경제권과 FTA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국 등에 비해 불리했던 교역조건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FTA를, 제도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일본은 2012년 이후 페루와 FTA를 발효한데 이어 몽골, 캐나다, 콜롬비아 등과 FTA 협상을 시작하는 한편 한ㆍ중ㆍ일 FTA 협상에도 뛰어들었다.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도 개시했다.

호주와는 협상 타결에 일부 쟁점만을 남긴 상황이며, 터키와 FTA 협상 출범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FTA 추진국이 대부분 우리나라와 겹친다는 점이다. 우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 아태지역 경제통합 각축전

지난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은 경제통합 논의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RCEP 협상 개시 선언이 공식적으로 이뤄졌고, 미국 주도의 TPP 협상 참여국이 11개국으로 확대된 데 이어 일본이 들어왔다.

미국은 G2 국가인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TPP를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의 동맹강화를 역설하는 일본 아베 총리의 TPP 참여선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참여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역내 FTA를 강화하면서 TPP에 대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론 TPP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공존한다. 우리는 RCEP에 참여하고 있지만, TPP 참여여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명진호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아태 지역의 경제 통합 논의를 ‘미국의 TPP’와 ‘중국의 RCEP’ 간 대결구도로 볼 수 있지만, 두 협상은 경쟁적인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모두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태지역의 경제통합 논의가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 간 FTAAP 실현을 지향하고 있으며, TPP는 현시점에서 가장 구체화된 협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희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은 최소 2016년까지 세계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아태지역에서 이익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일환으로 추진된 정책이 TPP”라고 진단했다.

2011년 기준 RCEP의 교역규모는 10조1000억달러로 세계교역의 27.7%를 차지하고, TPP는 7조6000억달러로 20.7%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양자 위주의 FTA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아태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경제통합 논의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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