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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蘭)의 정치학...난(難)의 정치학
뉴스종합| 2013-09-20 08:37
정치권에서 난(蘭)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로 종종 활용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생일(17일)을 맞아 축하난을 보냈다. 이같은 사실은 김 대표가 16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3자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대통령에게 “난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 외부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혁이나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등 민감한 논의를 앞두고, 대통령 입장에선 나름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기 위한 노력으로 비쳤다.

‘난 덕담’이 오간 뒤 전병헌 원내대표도 회담에서 “경청과 소통의 정치를 해 김한길 대표가 생신을 좀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 드리자”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으나, 결국 회담은 3자 간의 이견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이번 회담에선 난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난은 종종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던 여야 간 화합의 물꼬를 트거나 긴장을 푸는데 적절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에게 68회 생일을 기념해 축하난을 보냈다. 당시 청와대와 민주당 간 관계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뒤,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초반 무렵 분위기가 딱딱했지만 청와대 입장에선 나름대로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대선 전 갈등의 골이 깊었던 박 대통령과 비박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도 생일 무렵 난 교환을 통해, 딱딱했던 분위기를 전환한 바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 쇄신작업을 진행 중이던 박 대통령은 공교롭게 같은 날 이 의원과 생일을 맞았다. 당시 두 사람은 4ㆍ11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 날 생일 축하난을 주고받았다. 공천을 앞두고 구원(舊怨)이 있던 두 사람이 난을 교환하자, 정치권에선 공천 과정에서 ‘계파 화합’ 의지를 드러냈다는 정치적인 해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 간엔 축하할 일이 있으면 난을 선물하는게 일종의 전통”이라며 “때로는 생일축하를 겸해 미묘한 갈등관계를 해소하는데 난이 결정적인 역할은 못해도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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