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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동양증권 이탈고객 잡기 눈총
뉴스종합| 2013-09-26 11:10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양증권 지점 앞에서 증권사 직원끼리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유는 동양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동양증권 창구를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다른 증권사 직원이 현장에서 판촉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를 발견한 동양증권 직원과 타 회사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다 몸싸움으로까지 발전했다는 전언이다.

이 소식이 증권가에 퍼지자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오후 16개 증권사 임원을 긴급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금투협 관계자는 “타사의 어려움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지 말라”고 강력 경고했다. 참석자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행태는 보이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씁쓸한 여운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에 다툼이 벌어진 주요 대상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해지 고객이다.

CMA는 동양증권이 업계 1위로 전체 증권사 CMA 잔액 43조원 중 7조원이나 차지한다. 금융감독당국까지 나서 CMA는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지난 23~24일 이틀에만 1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타 증권사로서는 호재(?)로 여길 만한다. 특히 최근 들어 CMA 가입고객 유치를 위해 증권사마다 각종 마케팅을 펼치고 있던 터라 속으로 ‘이때다!’하며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치열한 경쟁속에선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것은 상도의(商道義)를 넘어선 행동이다.

또 당장 몇 명의 고객을 더 유치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칫 증권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커지면 오히려 더 손해다. “증권사 CMA는 괜찮다”며 함께 힘을 모으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선 꼬리칸의 하류층 사람들이 처음엔 굶주리다 못해 서로를 공격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서로 신체의 일부를 내놓으면서 공생의 길을 찾았다.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는 자칫 공멸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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