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신뢰 이미지 훼손불구, 큰틀에선 고심의 흔적 역력... 뒤늦게 현실인정 다행
뉴스종합| 2013-09-26 11:02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약속 위반’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지는 대신,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 건전성까지 훼손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을 비롯해 반값등록금, 4대중중 환자에 대한 국고지원 등 복지공약 축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원칙과 신뢰’라는 대통령의 이미지 훼손 등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최선의 카드를 선택한 셈이다.

정부의 2014년 예산안에 고심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1순위로 올린 경기회복을 해치지 않으면서 미래 재정 건전성과 복지공약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경기회복의 기반이 되는 일자리 창출에만 11조8000억원의 재원을 투입, 2013년 본예산 대비 무려 7.7% 증액했다. 이와함께 박 대통령이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꿔 장기적 성장의 근원으로 삼고 있는 창조경제 분야에 상당부분의 예산을 투입했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콘텐츠, 의료 등 1조1000억원 규모의 신성장산업 투자펀드, 현재 18개의 창업선도대학을 23개로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이의 반증이다.

그러면서도 미래 재정 건전성과 복지공약의 큰 틀을 유지하는 중간지대를 찾았다. 반값등록금 시행시기를 1년 늦추고 4대중증환자에 지원도 본인 부담이 연 평균 60만원 가량 줄어드는 구조로 바꿨다. 특히 당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기초연금을 소득하위 70%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지급하도록 한 것은 복지공약을 최대한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정부안대로 기초연금을 지급할 경우 내년부터 2017년까지 박 대통령 임기 중엔 총 39조6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9만6800원을 주는 기초노령연금제보다 12조7000억원이 더 들게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2030년에는 49조3000억원으로 기초노령연금 소요재원 53조6000억원보다 5조원 가량 덜 드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론 “공약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을 깨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이미지엔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뒤늦게나마 현실을 인정함으로써 한국경제 큰 틀에선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기초연금 최종안을 마련하기까지 고심에 고심을 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행복연금위원회의 첫 보고 당시 ”공약은 몰라도 인수위 때 만든 안과 달라져서는 곤란하다“며 재검토를 지시한 이후에도 세차례 더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과의 연계도 박 대통령의 의지였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경기가 악화되고 올해에만 세수가 20조원이 펑크나 당초 짜놓은 공약 재원만큼이 비는 상황이 발생해 공약과 현실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했다”며 “노인층에 대한 보은과 노인층 빈곤율 해소라는 큰 정책적 목적은 훼손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권 한 고위 관계자도 “박 대통령이 원안을 고수했다면 재정이 거덜나는 것은 물론 경기활력을 크게 저해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다”며 “그나마 현실을 인정하고 속도조절을 했다는 점은 다행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관련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에서 ”지속가능성이 없으면 어떤 재앙이 오는지 알기 때문에 국민을 설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론에도 불구하고 당장 “공약 먹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다, 이번에도 중산층을 볼모로 삼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박 대통령으로선 무시하지 못할 대목이다. 일각에선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결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기초연금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꼴이어서 공약 철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이에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hanimom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