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대표가 추천하는 책은
스스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다독가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인생 바꾼 책’ 요청에 “책 하나에 휘둘리는 인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질문을 바꿔 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주문했을 때 그는 주저없이 중남미 문학의 대표작 ‘백년 동안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의 ‘손님’ 세 권을 꼽았다. 최근 그의 마음을 움직인 책은 ‘불평등의 대가’(조지프 스티글리프)다.
김 대표는 “불평등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시장의 정치적 힘과 정치적 권모술수 때문이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 역시 결국은 정치”라며 “최근 상황에 빗대 영감을 많이 받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안철수 의원이 휴가기간 읽겠다고 밝힌 3권(미생ㆍ정글만리) 가운데 한 권이기도 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승만 다시보기’를 꼽는다. 출판사 기파랑에서 출간한 이 책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관해 학자, 언론인 등이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이 대통령이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하고 한국 1호 ‘박사’ 학위를 받고, 초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썼다.
새누리당 내 경제통 이한구 의원은 소문난 ‘다독가’다.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후 매주 2~3권씩은 꼭 읽는다는 이 의원은 최근 조지프 슘페터가 쓴 ‘경제분석의 역사’, 라이지엔청의 ‘경제사 미스테리 21’, 삼성경제연구소가 출간한 ‘세계를 뒤흔든 경제대통령들’을 봤다고 했다.
이 의원은 “경제관련 책뿐만 아니라 불교와 철학ㆍ역사 관련 책도 많이 읽는다. 중국 역사를 만든 인물을 소개한 ‘중국인이야기’도 최근 본 책 중 수작”이라고 설명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최근 알랭 바디우가 쓴 ‘사도바울’을 읽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수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했다. 전파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민주당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추천 책에 올렸다.
강 의원은 “최근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봤는데 지금은 삶이 녹록지 않고 힘들지만, 희망을 향해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회에는 ‘책 읽는 국회의원 모임’도 있다. 책읽는 문화를 만들고, 출판업계 불황에 도움을 주며, 공부하는 의원이 되자는 게 모임 취지다.
지난 7월 결성된 이 모임을 주도한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요즘 다들 책을 너무 안 읽는데 의원들이 솔선하자는 취지에서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현재까지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 소설가, 영화 ‘고령화 가족’의 원작을 쓴 소설가 천명관 작가 등을 초대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한편 의원들은 물론 국회 보좌관ㆍ비서관이 자주 이용하는 국회 내 서점에선 9월 현재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가 가장 잘 팔리고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유달리 ‘인문ㆍ사회과학’ 서적으로만 가득 차 있는데, 이 서점 주인은 “정치학ㆍ사회학ㆍ철학ㆍ역사 종류의 책만 많이 나간다. ‘정글만리’ 같은 소설책이 많이 팔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김종대), ‘2014년 지방선거를 위한 당선노하우’(정창교),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고한석) 도 많이 팔리는 책이다.
홍석희ㆍ백웅기ㆍ조민선ㆍ이정아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