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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신뢰’ 저편…변칙도 있어야
뉴스종합| 2013-10-01 11:12
“기초노령연금은…지속가능하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어떤 사람이 내게 어떤 비난의 말을 하더라도 다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진영 전 복지부 장관 30일 이임식에서)

두 사람은 이렇게 척을 졌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등진 진 전 장관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고, 정홍원 총리는 서둘러 사표를 수리했다. 새누리당 등 여권에선 “정치적 패륜” “배신자”라며 일제히 진 전 장관에 포격을 가했다. 청와대는 또 이날 “개각은 없다”며 진 전 장관 사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함수를 차단했다.

‘박근혜식 정공법’의 ABC를 따른 셈이다. ‘원칙과 신뢰’에는 어떠한 변칙도 용납되지 않으며 작전상 후퇴도, 길을 돌아가는 것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대통령이다. 소신 없이 이당 저당 기웃거리고,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른 저간의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났던 국민들에겐 원칙과 신뢰는 정치인의 표상이다. 하지만 원칙과 신뢰 역시 지나치면 부러질 수도 있고, 유연성 없는 원칙은 때로는 아집과 독선이 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이 절친이라고 하는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의 ‘촌스러운 아줌마(무티ㆍMutti)’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는 포용력과 유연성으로 독일 정가를 평정했다. 반대 진영조차 “권력을 가진 것을 특별하지 않은 일로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원칙과 신뢰가 가질 수 있는 함정을 피해갈 수 있는 게 여성대통령의 모습이다. 박 대통령만의 정치적 자산은 ‘여성 대통령’이기도 하다. 때로는 부드럽게, 또 때로는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요즘 “상식이 뭔지 헷갈린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유연하지 않은,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원칙과 신뢰는 상식이 실종된 사회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들은 진짜 여성 대통령의 모습을 기다린다. 기다림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한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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