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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비서실장 “난 왕실장 아니다” 강변하지만…
뉴스종합| 2013-10-02 11:14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일 당정청 핵심인사와 저녁을 먹으면서 한 얘기가 알려졌다.

“나는 대통령 뜻을 밖에 전하고, 바깥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전할 뿐이다. 옛날 말로 승지(承旨)”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하도 그래서 운신을 못하겠다. 방귀 뀐 것까지 다 소문이 난다”고도 했다.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당대표단 10여명을 초대한 자리에서였다.

김 실장의 발언에는 자신을 향해 ‘왕실장’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해명이 담겨 있다. 자신은 언론에서 보는 것처럼 국정을 쥐락펴락하지도 않으며 단지 의사전달자 역할을 할 뿐이고, 특히 ‘청와대 의중=김기춘의 뜻’이라는 프레임은 더욱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 8월 임명 후 첫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도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비서실장이 한 가지 발표를 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이 같은 극존칭 화법은 ‘승지 김기춘’의 역할을 피력한 것으로도 읽힌다.

김 실장은 이날 “(대통령이) 잠도 못 주무시는 것 같아 공무원들에게 보고서를 너무 길게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윗분’을 모시는 승지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김 실장은 줄곧 논란의 중심이 돼 왔다. 혼외자식 의혹을 받고 있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압박’ 의혹을 두고 저간에선 “김 실장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 18대 대선 당시부터 손발을 맞췄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성 사퇴를 놓고도 “김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오면서 청와대가 바뀌었다”는 평이 정설처럼 쏟아져 나왔다.

김 실장에게 ‘왕실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은 단순히 권력을 쥐고 국정을 농단한다는 비판과는 거리가 있다. 되레 지나친 ‘윗분 모시기’가 내각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소통과 설득이 작동하지 않은 국정운영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국민은 김 실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없다. 다만 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행복’이 소통과 설득에 기반한 국정운영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마냥 대통령의 뜻을 받들기보다는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그게 국민이 바라는 승지의 본 모습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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