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임기 말 버냉키, 최악의 위기에서도 선방했나
뉴스종합| 2013-10-07 08:44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내년 1월 퇴임을 맞이하게 될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A+’를 줄 수 있을까.’

역대 의장들의 재임기간동안 다우존스산업지수를 비교한 결과 버냉키 의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법 선방했다는 평가다.

아직 임기가 3개월 여 남아있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정지) 등 여러 변수가 많지만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유진 마이어 의장보다도 나았다며 아직까진 대체적으로 우호적이다.

투자전략회사 베스포크 투자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의 재임기간인 지난 2006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다우지수는 연평균 4.4%의 상승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포크 투자그룹의 공동설립자인 폴 히키는 뉴욕타임스(NYT)에 버냉키 의장이 전임자들과 달리 임기 중 위기에 빠져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당시 상황이 얼마나 나빴었는지를 고려해보면, (버냉키의 성과는)매우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 임기 중 금융위기 핸디캡과 주식분할 등을 고려하면 7.2%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버냉키 의장에게 “A+는 줄 수 없지만 확실히 보통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지난 50년 동안 연간 5.7%의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은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중심에 섰고 다우지수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33.8%의 하락폭을 보였다. 1931년 당시 주가는 52.7% 하락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9월부터 1933년 5월까지 마이어 의장은 역대 Fed 의장 중 가장 낮은 연평균 33.8%의 하락세를 기록하며 불운한 임기를 보내야 했다.

버냉키 의장의 전임으로 1987년부터 2006년까지 19년 동안 의장 직을 네 번이나 역임하며 1980년대 이후 미국 경제의 황금기를 다시 이끈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임기중 다우지수는 연간 7.9%의 성장률을 보였다. 두 차례나 오일쇼크를 겪었지만 이후 미국은 28년 만의 최저 실업률, 29년 만의 재정흑자 및 고성장의 호황을 누렸고, 그린스펀은 미국의 경제대통령, 통화정책의 신의 손으로 불렸다.

그린스펀 의장의 전임이었던 폴 볼커 의장(1979년 8월~1987년 8월)은 연간 15.4%의 성장을 이뤘다. 그는 197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했고 물가 잡기에 성공했다. 의회, 백악관과의 마찰에도 고금리를 유지했고 그의 강한 리더십은 그에게 철의 볼커, 인플레 파이터 등의 별명을 붙였다.

역대 Fed 의장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이는 대니얼 크리싱어 의장으로 재임기간인 1923년 5월부터 1927년 9월까지 다우지수는 연평균 17.7% 올랐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신흥 공업국으로 떠오른 미국은 대공황 직전까지 호황을 누렸으며 행운의 임기를 보낸 크리싱어 의장은 워런 하딩 대통령과 오랜 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카네기 멜론대학의 경제학자인 앨런 멜처는 그를 “능력이 부족한 관리자”라며 “적절한 학생이었다는 말은 없다”고 평가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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