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미국發 셰일혁명…석유패권 ‘그레이트 게임’ 비화 조짐
뉴스종합| 2013-10-14 11:35

美 5년내 최대 원유생산국 부상
사우디등 걸프4國도 증산 맞불

중국, 중동 석유의존도 심화
美와 외교 긴장감 갈수록 고조




1973년 10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1차 오일쇼크 이후 40년.

‘어제의 원료’로 치부됐던 석유의 시대는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또 다른 붐을 맞고 있다. ‘악마의 눈물’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석유를 둘러싼 패권다툼은 현대판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레이트 게임’이란 19∼20세기 초 대영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주도권을 두고 벌였던 패권 다툼을 말한다.

21세기 그레이트 게임은 미국발 셰일혁명과 중동의 정정 불안, 신흥국의 폭발적 수요를 주도하는 중국과 인도의 참전으로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

석유의 시대는 20년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비중은 2010년 석유 32%, 천연가스 22%에서 2035년 각각 27%와 24%로 격차가 줄어들지만 여전히 석유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세계 오일 생산 주도권은 이른바 셰일 붐의 시대를 맞고 있는 미국이 주도할 전망이다. 석유 생산량은 2008년 이후 50% 급증했고, 조용했던 지방 소도시 노스다코타주의 윌리스턴은 전 세계 석유 대기업이 몰려들면서 2년 새 인구가 3만8000만명으로 두 배 늘었다.

IEA의 파티 비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4~5년 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걸프연안 국가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IEA의 추산을 근거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4개국이 지난 3분기 석유생산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중동 석유시장이 잠식될 것이란 전망을 뒤엎는 결과다.

이들 4개국은 3분기에 하루 평균 164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면서 전 세계 석유 수요의 18%를 충족시켰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500억달러(약 161조원)에 달한다.

FT는 이와 관련, “미국의 제재로 이란 원유생산량이 급감하고,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 다른 석유수출기구(OPEC) 국가들의 정정 불안으로 생산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중국과 인도의 자동차 보급이 가속화하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 7월 걸프 산유국들로부터 전체 석유 수입량의 44%를, 중국은 25%를 각각 사들였다. 

특히 중국의 중동 석유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세계 2위로 연 5%씩 성장하며 2020년에는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등 국영 석유회사는 이라크에 4개 거대 유전을 개발ㆍ생산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IEA의 비롤을 인용해 “아시아 수요에 부응할 만한 공급 여력을 가진 곳은 중동밖에 없다”면서 “2035년에는 중동산 원유의 90%가 아시아로 향할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동 산유국과의 외교 안보 분야를 포함한 포괄적 관계구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중동 연안에서는 미국과 중국(G2)의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페르시아만 지역에서의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받기 위해 유조선의 안보 보장을 미국에 수차례 요구한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시리아ㆍ이란 등을 둘러싼 외교정책에 더 많이 협조해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중국의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G2 외교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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