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황금시대 종언 현실화…안전자산 금, 美 불확실성에도 찬밥…내년 온스당 1000달러
뉴스종합| 2013-10-15 09:58
‘세이프 헤븐’이 ‘세이프 헬’이 돼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슈퍼 사이클(대호황)을 구가했던 금 이야기다. 안전자산의 대명사가 미국의 셧다운, 재정위기, 양적완화 연기설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에도 도통 오르질 않는다.

지난 4월 30년 만에 최대 폭락(9.3%)를 보이며 이틀새 200달러 이상이 빠진 ‘둠스 데이’ 이후 공공연하게 대두된 황금시대 종언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영국 귀금속 전문 컨설팅 업체인 GFMS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폴 워커 역시 14일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세서 “황금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내년 중반 온스당 100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논리 안통한 ‘10년랠리’=워커는 이날 강연에서 “지난 10년 간의 금값 랠리는 수요와 공급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금 실물 수요는 만성적으로 공급 과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사시엔 금’이라는 판단 아래 금이 일시적으로 팔린 적은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일시적인 것으로 장기 상승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서의 금 매수세도 2000년대 선진국은 낮은 인플레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워커는 결국 “미국의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 충격만이 금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초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면 실질 금리가 상승해 금값 하방 압력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때가 되면 금값은 다시 급락해 내년 상반기 트로이온스당 1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금값이 떨어지면 현재 세계 금 소비 1, 2위국인 인도와 중국의 투자가들도 금 매도로 돌아서면서 금값의 추가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 “워커가 금 시장에 신뢰도가 큰 유력 애널리스트”라면서 “그의 금값 급락 발언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못추는 금값=실제로 국제 금값은 연일 미국의 셧다운(연방정부 부분업부 중지) 우려와 디폴트(채무 불이행) 극적 타결 가능성에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전반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4일 12월물 금은 지난주 종가보다 8.40달러(0.7%) 뛴 온스당 1276.60달러에서 장을 마쳤다. 금값은 지난 11일 1260.60달러로 떨어지면서 7월 11일 이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들어서는 24% 하락했다.

금 상장지수펀드 (ETF)의 금 보유량도 하락 일변도다. 지난 11일 기준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량은 890.98t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8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9월 말보다 15t 줄어든 것이다. 연초 대비로는 458.94t 급감했다. 이는 다시 금값 추가 하락의 재료가 되고 있다.

▶美출구땐 바닥없는 추락?=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하면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실물 자산인 금의 매력은 떨어진다.

월가는 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12월이나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이 최근 경제 전문가 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29∼30일 열릴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12월이 아닐 경우 차기 Fed 의장이 취임한 뒤인 내년 2월에 양적완화 축소가 단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양적완화 유지가 단기적으로 금가격에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 출구전략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금가격에 지속적인 하락압력을 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케빈 커 커트레이딩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 겸 대표는 “미 정부의 셧다운이 종료되고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되면 금값이 지속해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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