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日은행들 ‘야쿠자와의 전쟁’
뉴스종합| 2013-10-18 11:28
‘미즈호 - 야쿠자 스캔들’ 비난에 자성론
경찰에 정보제공…대출 원천봉쇄


일본 은행권이 공권력을 등에 업고 조직 폭력배 ‘야쿠자’와의 전쟁(?)에 나섰다. 일본의 2대 은행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야쿠자에 2년 간 총 2억엔(약 22억원)이상을 대출해 온 것이 최근 드러나면서 은행과 야쿠자 간의 검은 커넥션을 근절하겠다는 자성론의 일환이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연합회의 쿠니베 타케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협회 차원에서 경찰과 정보를 공유해 200여개의 국내외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려는 야쿠자들을 원천봉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를 두고 FT는 “은행과 경찰의 공조 수사로 야쿠자들이 돈맥경화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야쿠자 돈줄 죄기의 발단은 한 달 전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미즈호-야쿠자 스캔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즈호금융그룹은 소매금융 계열사 ‘오리엔트 코퍼레이션’을 통해 자동차 대출 계약 등에서 240건에 걸쳐 야쿠자들에 총 2억엔을 융자해줬다.

미즈호 경영진은 이를 2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미즈호 측은 2010년 12월 폭력단원들에게 대출한 사실을 내부 조사를 통해 파악했음에도 ‘이미 대출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대출을 취소하지도 않았고, 폭력단원의 신규 대출을 막지도 않았다.

여기에 미즈호 측이 사건이 공개되고 일주일이 경과한 지난 4일에서야 사죄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일본 유력 언론들은 사토 야스히로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스캔들이 3개의 은행이 통합돼 만들어진 미즈호은행의 내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2000년 제일권업, 후지은행, 일본흥업 등 3개 은행이 통합돼 출범한 미즈호은행은 2011년 대지진 당시에도 심각한 파벌주의가 발단이 돼 컴퓨터 시스템 문제를 일으켜 ATM사용불가, 고객 월급 이체 지연 등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일본 수사 당국은 돈세탁, 사기, 횡령 등을 일삼는 야쿠자들의 금융관련 범죄행위를 근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에는 야쿠자 단속을 강화하는 경찰력을 두배 늘렸고, 이듬해에는 대출 신청자들에 야쿠자와 제휴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는 법안을 발효했다.

하지만 일본 범죄전문가 제이크 아델스타인은 “야쿠자의 돈 줄을 죄는 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볼 수 있지만, 융자금은 쉽게 수표에 드러나지 않는 조직원들에 건네진다”며 수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