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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부드럽지만 꼼꼼한 업무처리 인정…수사 · 정보 전방위 활동 ‘女風당당 ’
뉴스종합| 2013-10-18 11:02
              이금형                             이은정
          경찰대학장                       마포서장
영화ㆍ드라마에 나오는 여경은 대체로 무르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기보단 조력자 역할에 그치기 쉽다. 이게 현실의 반영일까. 과거엔 그랬을지 몰라도 현재는 아니다. 남성 저리가라 할 정도로 옹골찬 재원들이 경찰 조직에서 두각을 나타내 무시할 수 없는 파워집단으로 커가는 중이다.

여경 숫자는 7800여명(2013년 6월 현재)이다. 전체 경찰관이 10만2000여명으로, 여경의 비율은 8%가 채 되지 않는다. 67년 전인 1946년, 미군정청 경무부 공안국이 여경을 모집해 한국 여경의 역사가 시작했을 때의 80명(간부 16명, 일반 여경 64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지만, 숫자로만 봤을 땐 ‘소수정예’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경찰청은 여경 인력 확충에 대해 “여경 비율을 향후 전체의 10%인 1만여명까지 늘려 여경의 역할을 확대하고, 여경 근무 환경의 개선을 위해 직장보육시설 등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찰이 이런 방침을 세운 건 남녀평등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지만 여경 자체가 경찰 조직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아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범죄자와 피말리는 심리싸움을 해야 하는 프로파일링ㆍ범죄심리 분석 분야만 봐도 여경의 존재가치는 여실히 드러난다. 전체 프로파일러 37명 가운데 26명이 여경이다.

프로파일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프로파일링은 용의자의 미세한 감정변화를 잡아내는 섬세함이 필수적인데 이건 여성이 아무래도 남성보다 낫다”며 “프로파일링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여경도 많고 공부하는 자세와 열의를 보이는 여학생도 적지 않아 여풍(女風)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경의 활동 분야는 전방위적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은 수사 부서보다 내근으로 배치됐지만 1990년 들어서며 수사ㆍ정보ㆍ경비 등 모든 분야로 넓어진 것. 여경 기능별 현황에 따르면 7814명의 여경 가운데 생활안전 분야에서 일하는 비율이 37.3%(2917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무(청문ㆍ홍보ㆍ정보화 포함) 분야가 23.1%(1808명)로 뒤를 이었다. 수사 분야는 19.6%(1535명)로 3위였다. 향후엔 여성ㆍ청소년 업무에 집중하는 생활안전 분야에서 여경의 비율을 조금 낮추고 좀 더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분야로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팀장급 여경은 “그저 경찰이 좋아 이 일을 하게 됐다”며 “남성보다 뒤처진다는 얘길 듣고 싶지 않아 더 꼼꼼하게 업무에 임하고 있고, 이는 다른 여경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경의 계급을 살펴보면 아직 고위직 숫자는 미미한 상황이다. ‘경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총경 이상은 8명에 불과하다. 경장(2412명)과 경사(2420명)가 전체의 61.7%를 차지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경의 미래는 밝다. 올 상반기 단행된 경찰 인사에서는 경찰 창설 이래 첫 여성 치안정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금형(55) 경찰대학장으로, 1977년 12월 17일 순경 공채로 경찰 제복을 입은 지 36년 만이다. 치안정감은 서울경찰청장, 경기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부산경찰청장, 경찰청 차장 등 다섯 보직뿐이다. 차관급인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다.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성 경찰 간부도 적지 않다. 1988년 2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해 8월 경사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이은정 현 마포경찰서장은 상황 판단과 업무 추진에 있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수사통’으로 알려졌고,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꼼꼼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1992년 1월 경위, 1998년 6월 경감까지 시험을 통해 초고속 승진했고 2002년 경정 승진자 가운데 유일하게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은정 서장은 “각자의 분야와 적성에 맞는 전문성과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진정성을 두루 갖춘 따뜻하고 유능한 경찰이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후배 여경들에게 당부했다.

경찰대가 1989년 여학생 입학을 허용하면서부터 인재를 배출, 경찰 내 여풍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기도 하다. 신입생 120명 가운데 여성은 10%(12명)밖에 뽑지 않지만, 경찰대 출신 여경의 활약은 눈부시다. 최근 10년간 경찰대 수석 졸업자는 6번이 여성이었다. 2006년 경찰대 22기 졸업식에는 1~3위 졸업생이 모두 여성이었고, 2008년 24기 졸업식은 1위와 3위가 여성이었다. 현재 경찰대 출신 여경은 162명으로 총경 1명, 경정 11명, 경감 63명, 경위 87명으로 분포돼 있다. 이들은 경무(48명), 수사(35명), 생안(19명), 지구대(16명) 등 고른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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