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 멕시코 등 매도 전환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 매입량을 줄이며 투자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에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혀오던 금의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그동안 금 투자에 열을 올려왔던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이 최근 금 보유 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30일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GFMS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올들어 금 매입량을 전년대비 34% 가까이 줄였다. 올들어 8월까지 중앙은행의 금 보유 증가량은 620만트로이온스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960만트로이온스가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국제 금 시장에서 금을 ‘싹쓸이’ 해왔던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금 매입에서 매도로 돌아서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1년 만에 처음으로 1만2000온스 어치의 금을 매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010년 이후 세계 중앙은행이 매입한 금의 약 30%를 사들인 대표적인 금 시장 ‘큰손’이었다.
멕시코 중앙은행도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금 중 0.1t을 팔아치웠다. 앞서 28일엔 펑화이난(彭淮南) 대만 중앙은행 총재가 금이 ‘위험자산’이라며 금 보유 비중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지 밀링스탠리 세계금협회 전 회장은 “전통적인 금 매수국가중 BRICs와 멕시코 등 신흥국들의 비율이 매우 낮게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신흥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의 반(反) ‘골드 러시’ 추세가 뚜렷해진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유동성을 살포하고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다. ‘이지머니’(easy money)로 인플레이션이 발생, 통화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현금 보유 비중을 줄이고 금 투자를 늘려왔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제 회복에 따라 출구전략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주식이나 채권 등 선진국 자산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게다가 출구전략이 현실화될 경우 금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진 점도 금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로 벤 버냉키 Fed 의장이 테이퍼링을 시사한 영향으로 금값은 연초에 비해 19% 하락하기도 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