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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시간제 일자리 실험 첫해부터 ‘산으로’
뉴스종합| 2013-11-05 09:01
[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공기관의 ‘시간제 일자리’ 실험이 본연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험많은 경력자가 아니라 고졸ㆍ대졸자 등 청년층 신규 채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5일 공공기관들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4년 잠정 채용계획'에 따르면 내년에 시간제 근로자 채용 계획이 있는 곳은 136곳으로 총 인원은 1027명이다. 시간제 근로자를 10명 이상 채용하면서 보수와 근로시간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힌 24개 공공기관 중 23개는 시간제 근로자를 신입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경력직 채용 의사를 밝힌 곳은 기업은행으로 출산ㆍ육아로 인해 직장생활을 중단한 여성을 중심으로 하루 4시간 창구직 텔러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신입은 곧 가장 낮은 직급을 주겠다는 의미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여성 일자리, 베이이붐 세대 은퇴를 고려한 고령층 일자리 같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공공기관들이 제시한 업무는 간단한 상담ㆍ접수 및 서비스 응대, 사무 지원, 순찰ㆍ경비 등 전문성을 가진 경력직이 할 업무가 아니라 단순 허드렛일이 대부분이다.

24개 공공기관 중 8곳은 시간제 정규직 모집 대상을 고졸자로 한정했다. 전문직 중심의 양질 일자리보다 질 나쁜 청년 일자리를 추가 공급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공기관의 내년 고졸 채용인원은 1933명으로 올해(2512명)보다 23% 감소했다. 고졸채용 감소 인력 규모(579명)가 내년에 처음으로 선발하는 시간제 일자리 1027명을 전일제로 환산한 553명과 유사한 수준이어서 고졸 할당량을 시간제로 돌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24개 공공기관이 제시한 시간제 근로자의 평균 보수는 연 1618만원으로 다른 조건이 동일한 공공기관 전일제 근로자 연봉(2890만원)의 5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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