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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해산 청구 날... 朴 대통령 “영국 의회민주주의 부러워”
뉴스종합| 2013-11-06 09:27
[런던=한석희 기자]“의회민주주의의 산실인 이곳 영국 의회에서….”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를 이렇게 시작했다. 웨스트민스터 궁(Palace of Westminsterㆍ국회의사당) 로얄 로빙 룸 연단에 선 것은 역대 한국 대통령 중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법무부는 순방중인 박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소속 국회의원직 상실 선고 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박 대통령이 영국의 의회민주주의를 부러워한 날,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진보당이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와 정통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영국 의회에서 계단 양 옆으로 영국 왕실 근위대가 도열한 가운데 조 버코우 하원의장과 드소자 상원의장의 안내로 연단에 오른 박 대통령은 “의회민주주의의 산실인 이곳 영국의회에서 의원 여러분과 대화의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며, 인류의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에 큰 역할을 수행해온 영국 국민들과 의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바로 이 자리에서 시작된 의회민주주의가 자유와 권리증진으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왔듯이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가 지구촌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나가자”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영국 속담에 ‘잔잔한 바다는 능숙한 선원을 만들지 못한다’ 말이 있듯이, 그동안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면서 국가적 역량을 키워왔다”며 “이제 두 나라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 핵심가치를 공유하면서 세계 평화와 자유 수호에 기여하는 지구촌 공동 번영의 중요한 동반자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한국과 영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나누는 든든한 동반자”라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영국 의원들과 대화를 가진 데 대해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의회에서 이뤄진 것에 상당한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이날 40여분간 진행된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에서 박 대통령은 영어로 모두 발언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순방 당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약 34분간 영어 연설로 미국 의원들을 매료시키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한국과 미국의 우정과 미래에 대해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로 말문을 열었다. 영국과 미국 의회에 대한 존경과 연정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 직후 집권 보수당의 연정파트너인 자민당의 닉 클레그(Nick Clegg) 당수(부총리)와 만나서도 영국의 의회민주주의와 성숙한 정치문화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클레그 당수와 의회개혁과 세금인하, 국가보건서비스 개혁 등 자민당의 개혁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특히 “보수당과 자민당이 EU 정책을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연정을 구성해 유럽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는 등 성숙한 문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영국 의회를 찾은 박 대통령의 이날 영국 의회 방문은 ‘의회민주주의’로 시작해서 ‘성숙한 정치 문화'로 끝을 맺은 셈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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