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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권리 증진에 큰 역할…英 의회민주주의 부러워”
뉴스종합| 2013-11-06 11:15
“韓·英 미래비전 나누는 든든한 동반자”
40여분간 영어 연설로 의원들 매료
보수당 당수 만나 성숙한 정치문화도 언급




[런던=한석희 기자] “의회민주주의의 산실인 이곳 영국 의회에서….”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를 이렇게 시작했다. 웨스트민스터 궁(Palace of Westminsterㆍ국회의사당) 로열로빙룸 연단에 선 것은 역대 한국 대통령 중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법무부는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소속 국회의원직 상실 선고 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박 대통령이 영국의 의회민주주의를 부러워한 날,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진보당이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와 정통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영국 의회에서 계단 양옆으로 영국 왕실 근위대가 도열한 가운데 존 버커우 하원의장과 드소자 상원의장의 안내로 연단에 오른 박 대통령은 “의회민주주의의 산실인 이곳 영국의회에서 의원 여러분과 대화의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며, 인류의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에 큰 역할을 수행해온 영국 국민들과 의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바로 이 자리에서 시작된 의회민주주의가 자유와 권리 증진으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왔듯이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가 지구촌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나가자”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영국 속담에 ‘잔잔한 바다는 능숙한 선원을 만들지 못한다’ 말이 있듯이, 그동안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면서 국가적 역량을 키워왔다”며 “이제 두 나라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 핵심가치를 공유하면서 세계 평화와 자유 수호에 기여하는 지구촌 공동 번영의 중요한 동반자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한국과 영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나누는 든든한 동반자”라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영국 의원들과 대화를 가진 데 대해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의회에서 이뤄진 것에 상당한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이날 40여분간 진행된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에서 박 대통령은 영어로 모두 발언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순방 당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약 34분간 영어 연설로 미국 의원들을 매료시키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한국과 미국의 우정과 미래에 대해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로 말문을 열었다. 영국과 미국 의회에 대한 존경과 연정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 직후 집권 보수당의 연정파트너인 자민당의 닉 클레그(Nick Clegg) 당수(부총리)와 만나서도 영국의 의회민주주의와 성숙한 정치문화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클레그 당수와 의회개혁과 세금인하, 국가보건서비스 개혁 등 자민당의 개혁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특히 “보수당과 자민당이 EU 정책을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연정을 구성해 유럽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는 등 성숙한 문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영국 의회를 찾은 박 대통령의 이날 영국 의회 방문은 ‘의회민주주의’로 시작해서 ‘성숙한 정치 문화’로 끝을 맺은 셈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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