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한석희 기자]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하루에만 22개에 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 장관급 경제통상공동위원회(JETCOㆍJoint Economic&Trade Committee) 설립을 비롯해 금융, 원전, 문화, 공공정보 활용 등 다방면에서 다층적 MOU를 맺었다. 당장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미래 한ㆍ영 교역확대와 한국기업의 신(新)시장 진출을 위해 꼭 필요한 멍석들이다.
▶미래 멍석 1원칙...다층적 협의 창구 마련=박 대통령이 ‘미래 멍석’의 일환으로 초점을 맞춘 것은 다층적 협의 창구를 마련이다. 박 대통령과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가 이날 정상회담에서 2012년 현재 112억6000만달러 규모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200억달러 늘리기로 한 것도 ‘다층적 헙의 창구’에 실효성 있는 목표점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국 정상은 다층적 협의 창구로 우선적으로 JETCO와 ‘민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포럼’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처음 열린 두개의 협의체는 18개월마다 교차로 개최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영 글로벌 CEO포럼ㆍ경제통상공동위 전체회의’에 참석,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길이라면 먼길도 가깝게 느껴진다’는 영국 속담을 인용했다.
이와함께 양국 금융기관간 상호진출과 제3국 공동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한ㆍ영 민관합동 금융협력위도 설치되며, 금융당국간 고위급 회담도 정례화된다.
양국은 원자력에너지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ㆍ기술 협력에 관한 회의를 당장 내년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와관련, 산업부와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는 영국과 한국, 제3국에서의 상업적 원전사업진출에 양국 기업들이 사업기회를 갖도록 상호협력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원전협력 MOU도 체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ㆍ장기적 관점에서 영국 원전시장에 한국형 원전 수출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국은 원전의 노후화로 현재 운영중인 16기 중 15기를 2023년까지 폐기하고 2025년까지 10기(18GW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으로 외국 전력회사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전 인허가 절차, 신규 부지 입찰 등 영국 원전시장에 한국형 원전 수출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멍석 2원칙...제3시장 공동진출=이번 박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금융 분야에서만 총 11건의 MOU가 체결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30억달러다. 특히 금융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이 제3시장 공동진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영국 방문에 앞서 프랑스 공식방문 기간 올랑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금융협력을 통한 제3시장 공동진출 기반을 마련하기로 한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중동ㆍ동유럽ㆍ북아프리카 등 제3시장과 금융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영국과 프랑스를 등에 업고 시장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글로벌 투자금융 분야에 특화된 영국 3위의 민간 상업은행 바클레이즈(Barclays)와 MOU를, 산업은행은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강점을 지닌 세계 4위의 대형은행인 HSBC와 프로젝트 공동발굴, 공동 금융지원 등을 골자로 한 포괄적인 업무협력 MOU를 각각 체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대해 “MOU를 맺은 이들 금융 기관들은 전 세계적으로 프로젝트를 찾아낼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많이 가진 만큼,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그들이 구축한 네트워크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기회가 훨씬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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