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측 매출액 절반 깎은 800억원 제시해 中企 반발…‘중견기업 숫자 늘리기’ 의심도
중소기업청이 최근 공청회를 열고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매출액으로 단일화하고, 업종에 따라 800억ㆍ600억ㆍ400억원으로 나누는 방안을 발표했다.
아직 안(案)일 뿐이지만 중소기업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현행 중소기업기본법 상 매출액 기준(1500억원)을 느닷없이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업계는 그동안 중견기업 육성과 중소기업 졸업을 기피하는 피터팬증후군을 막기 위해서라도 매출액 기준을 2000억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해온 것과 정반대 행보다.
또 공청회란 형식을 빌었지만 중소기업계 의견을 수렴했다기보단 정부와 업계 소수만이 참여해 절차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일방적 요식행위라는 비판을 들었다. 업종별 규모와 입장에 따른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범위기준 개편작업이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몇가지 의심을 사고 있다.
우선 현정부가 내건 ‘중견기업 4000개 육성’과 관련된 것이다. 2011년 현재 1422개 수준인 중견기업은 연평균 6%씩 늘어나는 추세다. 아무리 가속도가 붙는다 해도 임기내 수치 달성은 어렵다. 어림잡아 2017년이면 2000여개 수준이다.
그런데 매출액 800억원이란 기준을 적용하면 중소기업을 졸업해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는 숫자가 일거에 1302개나 늘어난다.
또 세수부족 문제 해결도 고려됐다는 분석이 있다.
1300여개 기업이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됨에 따라 연간 수천억원의 정책자금 부담이 줄어든다. 게다가 법인세 확보, 상속세 공제대상 축소 등 조단위의 세수도 추가로 확보되는 효과가 생긴다.
‘덜 쓰고 더 걷히는’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잡기, 양수겸장의 수다.
중기중앙회는 “현재 안은 인위적인 중소기업비중 조정으로 중소-중견기업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 학계,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범위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중기청은 이에 대해 “기준에 대해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현재 중소기업비중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청회 논점의 기준으로 800억원을 제시한 것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