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워크아웃 기업 10곳중 9곳 되레 부실악화
뉴스종합| 2013-11-12 11:33
채권단 기존 대출회수에만 급급
기업28곳 재무제표도 공개안돼




기업 구조조정의 한 축인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간 기업 10곳 중 9곳은 부실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기업에 경영자금은 지원하지 않은 채 자산을 매각해 기존 대출을 거둬들이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112개 중소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의 연도별 신용등급을 1~10등급으로 분석한 결과 2009~2011년 워크아웃 기업 104곳 중 10곳(9.6%)만 경영사정이 나아졌을 뿐 나머지 94곳(90.3%)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집계됐다. 워크아웃에 의한 경영정상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 중 28개 기업은 아예 재무제표가 공개되지 않아 신용등급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회계감사를 받는 외감법인에서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비외감법인으로 전환할 정도로 자산이 줄었거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으로 기업이 정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00억원 아래로 떨어지면 비외감 법인으로 분류돼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워크아웃을 하는 도중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연도별로 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워크아웃 기업 54곳 중 48곳(88.9%)이 부실이 악화했거나 재무제표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재무구조는 부실 등급인 7등급 이하로, 고작 6곳(11.1%)만 워크아웃에 성공했다.

2010년 워크아웃 성적표는 더 참담했다. 40개 기업 중 2개 기업(5%)만 6등급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38곳은 7등급 이하이거나 신용등급이 없었다. 2011년에는 10곳 중 2곳(20%)만 부실 등급을 면했다.

워크아웃 이후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A기업은 당시 신용등급이 8등급이었지만 2012년 10등급으로 오히려 재무상태가 악화했다. 또 신용등급 6등급으로 비교적 우량했던 B기업도 2012년 9등급으로 부실화했다.

워크아웃 기업이 부실화하거나 도산하는 원인은 채권단의 ‘부실관리’에 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채권은행이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보다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기업을 고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부 채권은행은 경영진단 결과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기업이지만 자금 회수를 위해 워크아웃으로 분류하고 기업의 마지막 남은 단물까지 속속 빨아들이는 꼼수도 부리고 있다. 기업을 죽이는 구조조정인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검사에서 기업의 신용위험 평가가 적정했는지, 워크아웃을 중단하는 사유가 정당한지 등을 점검해 문제가 있을 때는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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