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박영훈 기자]지난 1970년~1980년대에 공직에 종사했던 공무원들은 민간부문에 비해 엄청나게 낮은 박봉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를 연금으로 보상해줬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공무원보수 현실화 조치 이후 민간부문과 공무원간 월급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고, 박봉에 시달렸던 공무원들에게 후하게 짜여진 공무원연금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 공무원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가재정에도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개혁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공무원연금 개인당 월 평균 수령액은 219만원. 국민연금의 올해 월 평균 수령액이 84만4000여원인 것을 감안하면 2~3배나 많다. 공무원들의 ‘풍요한 노후’를 위해 국민이 낸 세금까지 투입한다는 얘기가 나올만도 하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무원 연금 월 평균 수령액은 2009년 189만원, 2010년 195만원, 2011년 203만원, 2012년 213만원, 2013년 219만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공무원연금 수급자 수는 35만7000여명으로 지난 2009년 대비 23%나 증가했다. 공무원연금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적자폭은 매년 커질 수밖에 없고, 국가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세금 먹는 하마’ 된 공무원연금=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제도의 격차로 인한 제도의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공무원연금 재정의 악화에 따른 정부 보전금의 급증은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저부담ㆍ고급여’ 구조로 인해 적자 규모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2001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 69조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에 적자가 발생하면 정부가 전액 국고로 보전해줘야 한다. 올해 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액은 1조 895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 적자 보전액도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무원연금 적자는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서는 데 이어 2020년에는 6조 25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0년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 공무원연금 적자만 2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적자 규모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높은 연금 급여수준에 비해 연금에 기여하는 부담금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해 연금수급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자 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 비해 연금수급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금이 이들을 부양하는 비율은 2010년 27.1%에서 오는 2030년이면 62.2%, 2070년에는 무려 90.35%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회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안전행정위원회)은 국정감사에서 “공무원연금기금의 누적적자가 9조8000억여원에 달한다. 늘어나는 수급자 수와 정기적 연금 수급 방식의 증가를 고려해 기금 재정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덜 내고 더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 = 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예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서도 공무원 연금 등 특수직 연금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같은 돈을 내면서도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이 돌려받는 구조여서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재분배 기능도 없어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구조지만, 공무원연금 등은 연금액이 소득에 비례한다. 예컨대 국민연금의 경우 본인ㆍ고용자부담금의 1.4~2.4배를 연금으로 받지만 공무원 연금은 본인ㆍ국가부담금의 3.5~4배를 연금으로 받는다.
공적연금 간 형평성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비다. 연금 가입자가 자신이 낸 돈의 몇 배를 연금으로 받느냐는 것이다. 2010년 이후 가입한 공무원연금의 수익비는 2.3배 수준이다. 재직 기간 30년을 기준으로 1억6800만원을 부담하면 사망할 때까지(통계청 기대수명 적용) 3억9600만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 이전 가입한 공무원의 수익비는 더 높다. 1990년과 2000년 임용된 공무원의 수익비는 각각 3.68배, 3.34배에 이른다.
반면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2010년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면 중간소득자(월평균 소득 200만원) 이상은 가입기간에 따라 1.3~1.8배 수준에 불과하다.
▶ 공무원연금 개혁 과연 가능한가= 공무원연금 개혁은 과거에도 꾸준히 논의돼 왔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과 공무원 사회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지난 2009년에는 민ㆍ관 합동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구성됐다. 당시 위원회는 공무원 연금 부담률을 과세소득의 5.5%에서 7%로 인상하고, 연금지급액을 25% 인하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놨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추기로 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강한 반발로 인해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 현 정부도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 개선방안을 고심중에 있다.
연금 보험료를 인상하고, 연금 수령액을 줄여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지금도 상황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의 통합론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수평적으로 비교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은 “쉽지 않다고 이대로 두면 20년 후에는 공무원연금 연간 적자 보전액이 15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는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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