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 도입을 둘러싸고 여야가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이 연내 처리되지 못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가 불가피하게 준예산을 가동하면 임시직 공무원이 일시 해고되고, 양육수당 등 복지지출이 중단되는 등 ‘한국판 셧다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국회는 26일 각 상임위원회 별로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에 돌입했지만 법정기한(12월2일)은 물론 연내 본회의 통과는 불가능하다는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전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만나 ▷대선개입 의혹 특검도입과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신설 ▷예산안과 주요 법안 심의 방향 협의 ▷기초단제 정당공천 폐지 등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3개 기구를 가동하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특검 도입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예산안 심사지연으로 준예산을 편성하면 천재지변의 수십 배에 이르는 인재(人災)를 국회 스스로 자초하는 꼴”이라면서 협조를 구했지만,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으면 예산안 처리도 안해주겠다는 태세다.
이처럼 예산안 심사ㆍ처리가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액션플랜에 돌입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준예산이 집행되면 지난 9월 발표한 357조7000억 원의 재정지출 중 40% 정도인 140조원이 중단된다. 헌법 규정에 따라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는 경비는 △법률상 지출의무(의무지출)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계속 사업비 등이다. 내년 예산안중 재정 지출액 357조7천억원 중 의무지출은 168조8000억 원, 재량지출은 188조9000억 원이다. 정부기관 인건비가 약 30조원, 시설 유지비가 15조원, 계속사업비가 약 3조5천억원 등으로 재량지출에서 이들 비용을 빼면 약 140조원이 지출 불가 대상이 된다.
지출이 중단되면 당장 65만개 상당의 재정 지원 일자리, 20조원 상당의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 및 17조원 상당의 연구개발(R&D), 양육수당과 실업교육 예산이 집행되지 않는다. 105조원 상당의 복지지출 사업 중 재량지출도 집행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기관 인건비가 아닌 사업비로 고용된 임시직 공무원, 정부 지원금을 받는 민간 사회복지시설 근무자도 일시해고 상태가 된다. 헌법상 규정되지 않는 국채 발행과 일시차입도 불가능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본예산이 통과되면 결국은 집행될 예산이기는 하다”면서도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재정지출 시기가 지연되면 경기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가의 신인도 역시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웅기ㆍ이정아 기자 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