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모든 사안 책임지겠다” 이건호 국민행장의 승부수 통할까.
뉴스종합| 2013-11-28 11:00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정면에 나섰다. 그간 국민은행을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과 부실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그가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 행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긴급 임시조회를 열고, 직원 대표 100여명과 함께 ‘자정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 행장은 “이번 사태는 은행장을 포함한 모든 경영진과 2만2천 직원 모두가 책임을 느끼고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높은 윤리의식으로 어떤 금융사고나 비리도 단호히 배격해 투명하고 깨끗한 은행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관행과 편의라는 변명 속에 지나쳐왔던 부분을 과감히 고치겠다”며 “내부통제도 강화해 업무 위규와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신상필벌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행장은 이날 “은행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머리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후 카메라 앞에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이 행장이 이처럼 정면에 나서게 된 것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각종 비리 의혹과 부실 등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고 자신의 경영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는데, 은행으로서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경영비전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탓이다.

또 비전을 실천하는 직원들의 동요도 문제다.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직원들이 다시 동요하기 시작했다. 최근 당선된 성낙조 노조위원장은 지난 27일 “이번 사태는 관치와 낙하산 인사가 빚은 참극”이라는 내용의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행장에게는 뼈아픈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다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행장의 결단에도 이번 사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태가 국민은행의 해묵은 문제인 채널 간 싸움에서 비롯돼 채널문제를 발본색원하기 전에는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은행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는 이 행장의 채널 안배 없는 인사로 2채널(옛 국민은행 출신) 직원들이 요직을 차지하자 1채널(옛 주택은행 출신) 직원들이 내부고발자가 돼 해묵은 비리가 세상에 공개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이 행장의 약속이 허언(虛言)이 되지 않으려면 우선 은행 내 고질적인 문제인 ‘패거리 주의’부터 없애야 한다. 직원들이 국민은행의 일원이라는 주인의식보다 출신별 채널을 먼저 따진다면 고객의 신뢰는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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