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황찬현 · 문형표 · 김진태 임명
일부선 ‘청와대의 함포정치’ 비판도
박근혜 대통령이 2일 황찬현 감사원장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을 전격 임명함으로써 연말 청와대의 정국운영 방향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 주변에선 청와대가 ‘정치적 고려 없이’ 강도 높은 사정정국을 통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놓고 ‘청와대의 함포정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제안으로 조건 없는 여야 4자회동이 이뤄지는 와중에 세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당초 지난주 초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일주일여의 말미를 주던 행보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사원장 공백이 석 달, 복지부 장관 공백이 두 달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마냥 국회 협상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사정공백의 중단 필요성, 검찰조직의 안정, 기초연금 파동 수습과 복지공약의 구체화 등 국정운영을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더이상 임명을 미룰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국회 정상회를 놓고 담판을 벌이는 가운데 인사를 강행한 것은 청와대가 ‘야당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특검은 절대 안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이 아니냐고 관측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고려는 없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향후 정국운영에서도 정치적인 일정이나 협상 때문에 할 일을 미루거나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여당과 야당에도 특검은 안된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날 임명장 수여식 후 “기다리고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 “아무리 이런저런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헌법을 무시하거나 자유민주주의까지 부인해서는 안된다” “가득세력에 밀려서 그냥 흐지부지되면…” 등 날선 표현을 쓰며 법치를 강조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법과 원칙에 따른 정국운영, 강도 높은 사정을 통해 청와대 주도의 정국운영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중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인사 강행에 앞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도 부동산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를 5가지를 들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이었다. 19대 들어 법안 통과 실적이 전무한 국회를 향해 무언의 압박을 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의 일사불란한 행동은 19세기 열강이 문호개방을 강제하면서 연안에 신식군함을 배치해 무력시위하던 전략을 연상케 한다”며 “인사를 통한 사정정국 조성과 민생을 무기로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은 마치 함포를 국회로 돌려놓고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한석희ㆍ이정아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