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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선택',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했다
엔터테인먼트| 2013-12-04 08:18
용두사미(龍頭蛇尾),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란 말. 시작은 그럴 듯하나 끝이 흐지부지함을 일컫는다.

지난 3일 KBS2 월화드라마 '미래의 선택'이 16회로 마침표를 찍었다. 3년 흐른 뒤 각자의 목표를 이뤄내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조명했고, 끝까지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했던 미래(윤은혜 분)의 배우자는 '열린 결말'로 남겨뒀다. 현재의 미래가 누구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과거로 돌아간 큰미래(최명길 분) 옆에 누가 있는지는 결국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렸다.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예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시청자들에게 떠넘긴 셈이다. 무책임한 엔딩은 마지막 회까지도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종회의 시청률은 4.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최저시청률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용두사미'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월 베일을 벗은 '미래의 선택'은 주목받는 작품 중 하나로 꼽혔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를 집필한 홍진아 작가라는 점과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동건, 그리고 윤은혜-정용화 등의 출연은 충분한 기대 요소였다.

여기에 새로운 타임슬립 형태라는 점 역시 이목을 끌었다. 앞서 수많은 타임슬립 작품이 나왔지만,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의 삶을 바꾸기 위해 세대를 초월했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안겼다. 그러나 '미래의 선택'은 신선함을 전달하기는커녕, 타임슬립과 판타지의 한계를 고스란히 입증했다.

가장 큰 핵심인 미래의 남편을 바꾸기 위한 큰미래의 노력. 이 과정에서 윤은혜를 둘러싼 이동건, 정용화의 삼각 러브라인은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주요 포인트가 돼야 했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과 공감을 전혀 얻지 못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잃고, 시청자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미래의 모습은 윤은혜의 강렬함 없는 연기로 설득력을 잃었고, 초점을 잃은 채 흘러가기만 하는 드라마의 전개는 고스란히 캐릭터의 흔들림으로 이어졌고, 시청자들을 떠나가게 했다.

시청자들의 관심 밖이 된 작품으로 전락, 내림세를 이어가다 급기야 줄곧 월화극 꼴찌에 머물렀다.

'미래의 선택'은 숱하게 사용된 소재, 타임슬립이 더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안기지 못한다는 점과 중심을 잃은 극의 전개는 캐릭터의 매력을 잃게 하고, 공감마저 떨어뜨린다는 걸 몸소 증명해 보인 작품이다. 말 그대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했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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