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은 북한 권력구도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장성택의 실각은 가족ㆍ척신정치의 후퇴와 맞물려 신진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권력구도의 재편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진 엘리트 중심의 권력구도 재편은 “2인자는 없다”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력욕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김정은 영도체제 중심의 충성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성택 실각 이후 주목받고 있는 그룹은 북한 권력의 중추인 당ㆍ군ㆍ국가안전보위부 내 김정은의 사람들이다. 우선 당 행정부 중심의 정치개혁을 주장했던 장성택의 실각으로 당내에선 인사와 조직을 총괄하는 조직지도부가 부상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김정은의 3대 세습을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가 직접 선발한 조연준 조직지도부 1부부장, 민병철 조직지도부 부부장, 박도춘 군수담당 비서 등이다.
특히 노동당의 부활과 경제변화를 꾀하던 장 부위원장의 실각이 최룡해 총정치국장과의 권력쟁취 과정에서 빚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선군시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동당의 고위 인사들 중 김정은 후계체제 때 등장한 리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등은 장성택 부위원장의 사람이기도 하지만 최 총정치국장과도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선군시대의 중추 핵심 세력은 아무래도 최룡해를 필두로 한 신진 엘리트 세력이다. 특히 리영길 군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은 군부 내 ‘김정은 충성파’로 불리는 점에서 이들의 전면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북한 공안 기관을 거머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 부장 역시 김정은 체제에 핵심 인물이다. 그는 김정은 체제에 저항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적발하고 숙청하는 밈무를 맡고 있어 포스트 장성택 이후의 북한 권력구도의 중추가 될 전망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장성택은 어쨌든 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대 인물이기 때문에 계속 2인자 역할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김정은 중심의 3ㆍ4세대 신진 엘리트들이 권력을 상당히 장악했다는 의미로 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장성택의 실각은 현재 북한의 경제정책을 총괄적으로 이끄는 박봉주 내각 총리의 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장성택이 그동안 노동당의 위세가 군부를 누르는 정치상황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그가 실각하면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당내 장성택 측근들도 자연스럽게 제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포스트 장성택 이후 북한 권력구도의 재편은 철저하게 김정은 영도체제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인자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독자적 유일영도체계 구축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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