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실명제법 20년…백가쟁명식 개정안 비교해보니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박민식 의원은 이르면 금주 중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금융실명제법)’을 대표발의한다.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이 법안을 보면, 차명거래 금지를 위반했을 때 구체적인 처벌조항을 신설하자는 게 골자다. 올 들어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 CJ 이재현 회장의 차명거래가 확인됐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여타 법(범죄수익은닉죄 등)으로만 처벌할 수 있었다. 처벌 수위도 다른 의원들의 법안보다 높은 최고 5년 이하의 징역이다. 또 박 의원이 함께 발의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차명거래 적발 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으론 범죄에 악용된 차명계좌를 가졌더라도 금융사 임원들을 처벌치 못했는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10일 발의되는 민병두 민주당 의원의 금융실명제법은 강도가 더 세다. ‘차명거래등록제’를 운영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선의의 차명거래의 경우 실소유주를 병기해 원래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동창회’의 경우 개인 또는 법인 명의 옆에 ‘○○○동문회’로 병기토록 하는 방안이다. 또 결과적으로 차명이 적발되면 금융사와 계좌 소유자 모두에게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민 의원 안은 차명거래 ‘원칙금지·예외허용’ 방안도 담겨 있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차명거래 허용 범위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토록 해 금융실명제 본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부모가 가족 명의로 만든 주택마련 통장이나 펀드 등은 선의의 차명계좌로 허용돼왔다. 이를 시차를 두고 금지해, 차명계좌 금지범위를 확대해 가자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정무위에는 이미 안철수 의원의 금융실명제법안도 제출돼 있다. FIU가 자금의 실질 소유자를 파악토록 하고, 범죄로 얻은 수익의 경우 자금세탁방지법을 통해 규제·처벌토록 하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또 차명을 실명으로 전환할 경우 과징금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차명거래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법안을 내놨다. 본인 동의 없이 명의를 도용해 금융거래를 할 경우 금융회사에만 500만원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현행법이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한편 경제계는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할 경우 선의의 차명거래자 등 금융시장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국회의 법 개정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