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투자 · 고용 확대보다 바이백”…美기업, 주주들 배만 불렸다
뉴스종합| 2013-12-16 11:35
최근 미국 증시 활황에 편승해 연구개발(R&D)투자나 고용 확대보다 자사주 매입(바이백)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바이백을 통해 주식 유통량을 줄이면 주당순이익이 늘어나 단기적으론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주주의 이익을 보전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과도한 자본을 끌어씀에 따라 정작 투자에는 소홀해지고 있다”고 16일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비리니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 편입된 30대 기업이 올해 선언한 바이백 규모는 2110억달러(약 222조1830억원)로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액의 3배에 달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통신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가 자사주 150억달러(약 15조7950억원) 어치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시스코가 벌어들인 순수입 1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회사 R&D 비용의 2.5배에 이르는 규모다.

또 미국 거대 통신기업 AT&T는 올 들어 자사주 111억달러(약 11조6883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지난해 R&D 투자액 13억달러보다 8.5배 가량 많은 비용을 바이백으로 지출한 셈이다.

미국 최대 제약기업 화이자의 올해 바이백 투자액(115억달러)도 지난해 R&D비용(79억달러)을 훨씬 웃돌았다.

이 처럼 증시 호황을 틈타 올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폭 증가했다. 1985년 52건에 불과했던 바이백 횟수는 올해 885건으로 28년 만에 17배 폭등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바이백 규모는 총 7540억달러(약 794조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바이백 규모가 급증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으로 저금리에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게 된 가운데, 경제 회복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분을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백에 대한 경고음도 잇따르고 있다. 윌리엄 라조닉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바이백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닌 기업의 전략 수정을 의미한다”며 “기업 혁신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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