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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도에서 만나는 우리 전통주
뉴스종합| 2013-12-17 06:37
[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예로부터 우리나라 술은 약주라고 불렀다.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섞어 만든 술에 향이 좋은 국화를 넣으면 국화주, 혈액 순환에 좋다는 연잎을 넣으면 연엽주, 인삼을 넣으면 인삼주가 된다. 몸을 해하는 술이 아니라 몸을 보하는 술이 되도록 전국 각지에서 나는 좋은 재료들이 술과 어우러졌다. 탁주나 청주, 약주를 증류시켜 만든 소주에도 각종 한약재를 넣어 약용성분을 우려내어 마셨다.

탁주를 많이 먹으면 숙취가 심하다는 오해도 있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옛날 얘기다. 쌀이 귀했던 시절 밀가루로 막걸리를 빚거나 업자들이 발효 기간을 줄이려고 공업용 화학물질을 썼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와인에 지역 고유의 맛을 나타내는 ‘떼루아’가 있듯 우리 전국 8도에도 고유의 흙내를 품고 있는 전통주가 있다. 전통주라고 우리 입맛에만 맛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내에서 인정을 받을 전통주들은 최근 몇년간 해외 술품평회에서도 메달을 휩쓸고 있다.

▶화려한 경기도 vs 소탈한 강원도=경기도하면 역시 쌀이다. 술의 원료가 되는 쌀이 좋으니 막걸리 맛이 좋을수 밖에 없다. 경기도는 좋은 쌀에 술을 만드는 이의 개성을 담았다. 가평 대통주는 쌀로 빚은 원주에 매실을 첨가해 전통기법으로 술을 만들었다. 경기미를 사용해 품질을 관리하면서 이미 일본과 미국 등에 수출을 하고 있다.

가평 미쓰리(me3)그린은 유자맛이 나는 저알콜 막걸리다. 쌀미(米), 맛미(味), 아름다울미(美)로 3개의 미가 모였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알콜 도수가 3%로 부드럽고 산뜻한 맛을 낸다.

포천 민들레대포는 역시 국내산 쌀과 민들레를 생쌀발효법으로 빚어 부드러운 맛을 냈다. 다른 전통주와 비교하면 시중에서 구하기도 쉬운 술이다.

꿀로도 술을 만든다. 양평 허니와인이다.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고 100% 벌꿀만을 사용했다.

경기도가 쌀이 좋다면 강원도는 물이 좋다. 화천군 산천어막걸리는 다른 전통주와 달리 들어가는 특별한 재료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화천의 맑은 물이 술의 맛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화천이 산천어가 유명하다보니 산천어막걸리라고 했지만 재료나 맛으로 보자면 산천어와는 상관없다.

▶감칠맛이 뛰어난 충청도=경기도를 벗어나 충청도로 조금만 내려가면 이제 과실주다. 포도나 사과 등으로 빚어 감칠맛이 입맛을 돌게한다. 천안 두레앙와인은 거봉포도를 1년 이상 발효, 숙성해 만든다. 외국 와인산지에서도 12개월 숙성은 중상급으로 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레드와인의 효능이 두레앙와인에도 있으며, 원료가 되는 거봉포도는 퇴비만을 사용해 재배한다.

영동 샤토미소로제스위트는 색과 향에 있어서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다. 비결은 대나무통이다. 와인의 시고 떫은 맛이 대나무를 만나 부드러워졌다.

예산 추사애플와인은 원료만 사과일 뿐 만드는 방식은 전통 와인을 그대로 따른다. 물이나 주정을 첨가하지 않고 한달 간 저온발효와 1년 이상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명문가의 술 경상도=경상도는 명문가를 중심으로 한 가양주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다. 경상도의 지역 예선만 통과하면 해외 품평회의 메달도 따놓은 당상이라고 할만큼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명인 안동소주는 안동 반남 박 씨 가문에 대대로 내려온 가양주다. 고유의 곡향과 깔끔한 뒷맛이 외국 심사단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세계 3대 주류품평회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주류품평회에서 더블 골드메달을 받기도 했다.

미나리가 들어간 전통주도 있다. 대구 미나리생막걸리다. 미나리 발효액으로 막걸리의 산성화를 중화시켜 속쓰림을 없애고 트림현상도 방지했다. 미나리 특유의 씁쓸한 뒷맛이 특징이다.

▶다채로운 술들의 향연 전라도=음식 맛있기로 소문난 전라도는 술도 역시 다채롭다. 전주 이강주는 6대를 이어온 전통 가양주다. 전통 소주에 배와 생강이 들어간 것을 이강주라 했고,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로 꼽히기로 했다. 전주 이강주는 토종 소주에 배, 생강, 울금, 계피를 넣고 꿀을 가미해 만든다. 오래 묵힐 수록 맛과 향이 좋아진다.

무주 붉은진주는 머루로 만든 와인이다. 3년간 숙성시키며 드라이와인과 단 맛의 스위트와인, 두 종류로 생산된다. 지리산허브잎술은 이름 그대로 허브 향이 들어갔다. 지리산 맑은 물에 로즈마리와 라벤더 등의 허브가 목넘김을 좋게 한다.

담양 타미앙스는 쌀과 대나무 추출액, 오미자, 구기자 등 10여 종의 한약재를 숙성, 발효시켜 빚었다. 숙성 기간이 100여 일로 일반 약주에 비해 길다. 타미앙스는 담양의 불어식 발음이다.

제주도는 땅이 척박하다보니 조와 같은 잡곡으로 술을 빚었다.

고소리술은 좁쌀로 만들어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마시기 보다 1년간 저온 숙성을 시킨 후 마셔야 제 맛이다. 고소리는 소주를 증류하는 도기인 소줏고리의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감귤주는 제주감귤원액 100%를 제주물로 발효시켰다. 귤알맹이는 물론 귤 껍질도 넣기 때문에 달콤, 새콤에 쌉싸름한 맛까지 느낄 수 있다.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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