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 대통령 전경련 신축회관 준공식 참석
朴 대통령 “경제도약 주축…준공 축하”
상생 채찍질 지속 시사…재계 촉각
전경련 ‘국민을 풍요롭게…’ 슬로건 선포
許회장 “국민 편에서서 경제활성화 앞장”
1979년 때 일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서울 여의도에 전경련 회관을 신축했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전경련 회장이던 시절이었는데, 평소 정 회장은 재계의 본산이 마땅한 건물 하나 없이 지내는 것을 안타까워해 재계의 힘을 모아 새 건물을 지은 것이다. 전경련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준공식 참석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기꺼이 가겠다고 약속하고 휘호도 직접 써 선물했다. 준공식 일자는 11월 16일. 하지만 10ㆍ26 사태가 발생했고, 박 전 대통령은 참석을 할 수 없었다.
34년이 지난 후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전경련을 찾았다. 이번에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재건축 준공식 현장이다. 전경련은 2010년 7월부터 옛 건물을 허물고 재건축 공사에 돌입했고, 3년여간 바로 옆 KT 빌딩에 세들어 살아왔다. 전경련 옛 건물 준공식에 박 전 대통령은 참석할 수 없었지만, 딸인 박 대통령은 재건축 건물 입주 행사에 모습을 나타냄으로써 34년전 아버지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도 내포됐다. 박 대통령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 전경련 신축건물 마당에는 박 전 대통령이 남긴 휘호가 박힌 휘호석이 자리를 잡고 있어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인연의 끈이 남아 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전경련 새 빌딩 마당의 휘호석. ‘창조 협동 번영’이라는 단어가 한자로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중간의 10월(月) 중 아라비아 숫자 ‘0’이 어색하다. 원래 ‘1’이었는데 ‘0’으로 동그라미를 새기다보니 그 숫자만 약간 투박해 보인다. |
이 같은 인연으로 전경련은 박 대통령의 준공식 참석을 꾸준히 요청했고, 박 대통령 역시 흔쾌히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대통령의 여의도행은 상징성이 크다. 아버지와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도 그렇지만, 전경련을 방문함으로써 향후 청와대와 재계의 소통에 순풍이 불지 않겠느냐는 재계의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청 - 재계, 순풍 불까=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들어 만만찮은 공세에 시달렸다.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서 무용 내지 해체론도 제기됐다. 청와대보다는 국회 쪽의 경제민주화 입법 공세에 시달린 측면이 강하지만, 청와대 역시 대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인식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이에 전경련이 순탄치 못한 1년 세월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전경련행은 이 같은 흐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더욱 불확실한 경제환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재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우호적 관계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준공식에서 축사를 통해 “오늘날 경제 도약의 한 주축이 돼온 곳이 재계”라며 “전경련 새 건물 준공을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준공식 행사 후엔 곧바로 전경련 회장단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타이틀이 ‘경제살리기를 위한 회장단 간담회’였을 정도로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에 기반한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축사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변화된 재계의 모습을 주문했다. 성장을 위한 기업 활동은 독려하되, 상생 경제를 향한 채찍질도 계속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주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년 이상의 셋방살이를 끝내고 새 건물에 입주한다. 전경련은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전경련 신축 건물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사진은 공사 완공 시점의 전경련 새건물 전경.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전경련 “다시 뛰겠다”=전경련은 이날 준공식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새 슬로건을 선포했다. 바로 ‘국민을 풍요롭게, 경제를 활기차게’다. 대기업만을 옹호한다는 시각을 벗어나 진정 국민의 편에 서서 경제활성화에 앞장을 서겠다는 의미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정치ㆍ경제 중심지 여의도에 신축회관 준공을 계기로 기적의 50년을 넘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업과 전경련에 많은 성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는 “50여년 전 척박한 환경 속, 맨주먹뿐이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교역 규모 8위, 경제 규모(GDP) 15위라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었다”며 “그 과정에는 조국 근대화를 위해 무에서 유를 이룩하겠다는 확신과 의지가 있었다”고 했다. 또 “지금 우리 경제는 기로에 서 있으며, 다시 한 번 기적을 위해서는 미래 100년을 열어가기 위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준공식에는 박 대통령 외에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한광옥 사회대통합위원장 등 정부 인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희범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 등 재계 및 사회 각계 주요 인사 400여명이 참석해 전경련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