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기란 쉽지 않다. 특허 획득 후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자본금이 다 소진돼 실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최문성 이즈포유 대표는 이에 대해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을 금전적 가치로 평가하는 것에 인색한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이즈포유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최 대표는 “지적재산권의 가치 실현이 원활해야 벤처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최 대표는 자료를 정리하고 출처를 관리하던 중 자료 관리를 위한 기술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 ‘소셜 레이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한 웹페이지 포스트잇 ‘메모디스’를 출시했다. 메모디스는 웹사이트 상에서 원하는 위치에 포스트잇처럼 메모를 붙일 수 있도록 하는 소셜큐레이션 서비스. 최 대표는 이 원천기술을 활용해 한국 및 해외 4개국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하지만 30억 원 가까이 들여 미국, 일본 등지에서 취득한 특허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진 않았다.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을 찾았지만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대출 해주지 않았던 것. 결국 기술력을 갖추고도 자금난에 허덕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소셜레이어 기술을 활용한 광고는 한때 네이버로부터 악성소프트웨어로 규정돼 수익을 창출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최 대표는 “미국의 경우 전문적인 특허회사들이 사업이 될 만한 아이템이나 특허를 가진 벤처에 투자하는데 이는 10개의 회사에 투자해 2개 정도만 성공해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는 장기적인 시간에 투자하는 것에 인색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최 대표는 “특허청은 특허를 내주지만 그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해주지 않고, 은행은 기술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수 없으니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기업이나 개인투자자는 작은 금액을 투자하고 단기간에 수익을 내서 결과를 보여달라과 독촉하기 때문에 벤처기업이 제대로 아이템을 구상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금융권과 기업의 인식 변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에서 벤처기업을 인수했는데, 아주 좋은 현상이지만 최근 네이버의 골목상권 독점 논란 때문에 다소 떠밀려서 한 것 처럼 보인다”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초기 벤처를 알아보고 인수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즈포유는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웹포스트잇 ‘메모디스’를 모바일과 웹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020년 한국에 특허공장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기술특허를 활용한 사업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런 제도가 활성화되면 한국에서도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