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박진영, 노래로 인생을 말하는 '딴따라'
엔터테인먼트| 2013-12-21 10:01
"지금부터 박진영의 지난 19년의 인생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딴따라', 많은 가수를 배출해낸 제작자이며, "사랑이 제일"이라 외치는 남자고 행복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다. 가수 박진영이 지난 19년의 음악 인생을 되돌아보는 단독콘서트를 열고, 약 4000명의 관객을 울고 웃게 했다.

박진영은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SK핸드볼 경기장에서 '하프 타임(Halftime Show)'을 개최, 30여 곡의 노래를 열창했다. 현재의 박진영을 있게 한 '날 떠나지 마'의 스윙 버전으로 콘서트의 서막을 알린 그는 '너의 뒤에서' '그녀는 예뻤다' '난 여자가 있는데' '너 뿐이야' '놀 만큼 놀아봤어' '엘리베이터' 등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비, god, 박지윤, 2AM, 원더걸스, 2PM, 미쓰에이, 선미에 이르기까지 양성한 가수들의 노래를 직접 부르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관객들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수 박진영, 남자 박진영, 그리고 사람 박진영의 지난 삶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가수가 됐으며, 사랑에 빠지고 또 이별하고 아시아 최고의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 더불어 삶의 의미를 찾기까지의 시간을 또박또박, 그리고 차근차근 읊어나갔다.


◆ '딴따라' 박진영

지난 1994년 가요계에 발을 디딘 박진영이라는 가수는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저의 목표는 순위 20위권 안에 드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나오자마자, 1위를 했어요. 그렇게 박진영의 가수 인생은 시작됐습니다."

검은 슈트를 차려입고 등장한 그는 스윙 버전의 '날 떠나지 마'를 부른 뒤 이 같이 말했다. 27인조 빅밴드의 연주 속에 첫 번째 가요프로그램 1위 타이틀을 안긴 이 노래로 대단원의 막을 연 것.

이어 드라마 '느낌'의 OST에 실린 '너의 뒤에서'로 관객들의 감회에 젖게 했다.

박진영은 작곡, 작사에 이어 편곡까지 손을 뻗고 싶다는 생각에 작곡가 김형석을 찾아 그의 어시스턴트를 자처했다. 2년 동안 같이 살면서 편곡에 도전, 그 결과 3, 4집은 박진영 작사, 작곡, 편곡이 빚어낸 성과다. 열심히 최선을 다한 만큼 '편곡상'을 받고 싶다는 바람에 이르렀고, 결국 박진영은 1997년 '서울가요대상'에서 '최고 편곡가상'을 거머쥐었다.

◆ '프로듀서' 박진영

작곡, 작사에 편곡까지 쉼 없이 곡을 만들어냈다. 조금씩 시간이 흐르니 누군가에게 자신이 만든 곡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친 듯이 곡을 만들었어요. 슬슬 노래를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박진영은 "따뜻하고 순수한 다섯 남자" god와 "묘한 19세" 박지윤, "굶주린 사자" 비를 만나 제작자로 도약했다. 그는 이날 god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와 박지윤의 '성인식' 비의 '안녕이라는 말 대신'을 부르며 후배들과의 기억을 되짚었다. 그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곡을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부르는 가수에 딱 맞는 곡이 탄생, 박진영은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올려놨다.

god, 박지윤, 비가 '박진영 사단'의 1세대 라면, 2세대 등장했다. "꿈 있는 네 남자" 2AM, "유쾌한 옆집 소녀들" 원더걸스, "짐승 같은" 2PM, "묘한 매력이 있는" 미쓰에이까지.

박진영은 프로듀서로서의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당시를 떠올리며, 2AM '이 노래' 원더걸스 '노바디(Nobody)' 미쓰에이 '배드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 2PM '핸즈 업(Hands Up)'을 연이어 열창했다.


◆ '남자' 박진영

"첫사랑과 결혼했어요.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자 처음의 설렘이 사라지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고요."

남자 박진영은 숨김이 없었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그의 '러브스토리'를 서슴없이 내뱉었다. 사랑 역시 19년의 삶의 하나, 또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사랑과 결혼하고자 만든 '청혼가', 그런 그와의 결혼이 이뤄지고 만든 '영원히 둘이서'를 부른 박진영. 하지만 사라진 설렘을 되찾기란 쉽지 않았고, 그의 방황이 시작됐다.

'난 여자가 있는데' '니가 사는 그집'를 부른 뒤 그는 "그래도 여전히 뭔가 채워지지 않았다"고 '노 러브, 노 모어(No Love No More)'로 마무리 지었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지난날을 떠올렸고, 이혼하게 된 그는 다시 일에 전념했다.

"즐기면서 살자"고 다짐했으나,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박진영은 한없이 밝고 벅찬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너 뿐이야'를 열창했다. 놀 만큼 놀아봤지만 그중에서도 사랑이 제일 낫다고 외치는 그다.

박진영의 진심에 관객들도 빠져들기 시작했다.

◆ '사람' 박진영

"행복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죠. 어떻게 하면 자유로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죽음'이 두렵지 않을 때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러려면 죽고 나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아야 했어요."

가수로서 정점을 찍었고, 프로듀서로서도 성공했다. 그리고 현재 사랑하는 여성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다 얻은 것처럼 완벽해 보이는 그도 "행복하고 싶다"는 소망은 놓기 힘들었다.

일을 열심히 해도, 신 나게 놀아봐도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근본'을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여러 가지 생각에 미치게 됐다. 올해 발매된 '하프 타임' '놀 만큼 놀아봤어' '사랑이 제일 낫더라'를 차례로 부르며 삶의 정의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놨다.

관객들은 입가엔 미소를 띠면서도 박진영의 말 하나하나에 집중했고, 덩달아 진지해지기도 했다.

관객들 앞에서 자신의 지난날을 곱씹은 박진영은 약간의 아쉬움을 특유의 '나쁜남자' 콘셉트로 채웠다. '엘리베이터'의 무대에서 감옥을 연출, 트레이드 마크인 섹시한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관객을 초대, 자신을 "무대 위에서는 합법적인 스킨쉽이 가능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파격적이고 화끈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어 최근 솔로로 컴백한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를 열창, 열기를 더했다. 끝으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노엘' '울면 안돼' '썸머 징글벨'로 분위기를 냈고 '날 떠나지마'의 오리지널 버전으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작과 끝이 같았던 박진영의 이번 콘서트, 자신의 19년의 삶을 일기처럼 풀어낸 '하프 타임'으로 그는 앞으로의 20년을 나아갈 채비를 마쳤다.

박진영의 '하프 타임'은 22일 SK핸드볼 경기장에서 한 번 더 펼쳐지며, 오는 24일에는 대구, 25일은 부산, 31일에는 인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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