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체면구긴 황금, 아시아서 부활 서막?
뉴스종합| 2014-01-09 09:44
지난해 28% 대폭락을 기록한 금이 아시아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양에서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금이 지난해 1000t을 넘어섰고, 일본에서는 탈(脫)디플레이션(물가하락) 기대감 속에 “금 사자” 열풍이 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이같은 변화가 “국제 금값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中 무역결제수단 부상=금은 서양에서 중국으로 급속 이동하고 있다. 홍콩 당국의 무역 통계에 따르면, 홍콩을 통해 중국 대륙으로 유입된 금의 양은 지난해 1~10월까지 1263t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배 증가한 것으로, 2012년 전체 유입액을 웃도는 수치다.

닛케이는 “지난해 금값 폭락으로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700t의 금 일부가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인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금 수요국에 등극했다. 세계금위원회(WGC)는 “2012년 10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중국의 금 수요는 996t을 기록해 같은 시기 인도의 978t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중국인의 끝없는 황금사랑 뿐만 아니라 무역결제에 금이 활용된 것도 한몫했다. 닛케이는 “2년 전부터 금이 중국의 무역결제에 이용돼 왔다”며 “기업들이 금을 통해 차익실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 활용 무역결제 수법은 이렇다. 중국 본토의 본사가 홍콩지사에서 금을 수입하기 위해 신용장을 발행하면, 홍콩 지사는 신용장을 담보로 홍콩 은행에서 달러를 대출 받는다. 중국 본사는 이 대출금과 같은 금액의 위안화를 은행에 예치해 금리를 챙긴다. 홍콩 지사가 대출받은 달러 금리가 더 싸기 때문에 금리 차를 이용해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같은 무역결제 중개 목적으로 중국에 유입된 금만 지난해 200t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수요 이상의 금이 중국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日선 인플레 헤지수단=일본에서 금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출구전략에 돌입한 미국과 디플레 우려가 커지는 유럽에서 더 이상 금이 헤지수단으로 매력을 잃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닛케이는 “인플레와 소비세 인상에 대비해 금 실수요가 9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일본의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2% 상승해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이를 디플레 탈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오는 4월 예고된 소비세율(5→8%) 인상 전에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금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 귀금속 대기업인 다나카귀금속의 긴자 본점에는 새해 업무 첫날인 지난 2일 500명이 방문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반면, 유럽에서의 금 수요는 작년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도 지난해 3분기 감소세로 돌아섰다. WGC의 모리타 타카히로(森田隆大) 일본 대표는 이와 관련 “불안정한 금융시스템이 안정됐다”며 “안전자산 도피처로서의 금 수요가 줄고 단기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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